내수 부진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자금 수요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에서 자금을 빌린 기업은 조달액의 85%가량을 인건비, 원재료비 등 당장 필요한 경영 활동에 사용했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3~5월 중소기업(매출액 5억 원 초과) 4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2025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자금수요가 줄 것’이라는 응답한 비율은 22.9%로, 전년(9.2%) 대비 13.7%포인트 증가했다. ‘자금수요가 증가할 것’ ‘동일할 것’ 응답은 각각 14.9%, 62.2%였다. 2020년 이후 자금수요가 지난해와 동일할 것이라는 응답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올해는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경기 불확실성 증대와 맞물려 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수요 감소를 예상하는 이유로는 ‘매출 감소로 인한 자금 수요 감소’가 87.9%로 압도적이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수출·통상 정책 방향의 급변과 사업 환경 예측 어려움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기업들이 (자금 활용에)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건설업의 경우 제조업·서비스업에 비해 자금수요 감소 비중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자금수요 증가를 예상한 기업 대부분도 ‘구매대금 지급’(90.6%)을 이유로 들었다. 설비투자(4.1%), 연구개발 투자’(2.2%) 등 시설자금 명목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중소기업들의 올해 총 64조 8649억 원을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신규 자금 조달 경험이 있는 기업들의 총 조달규모(90조 1969억 원)와 비교해 28.1% 줄어든 수치다. 기업들은 올해 조달한 자금의 84.2%를 원재료비·인건비 등 운전자금에 활용할 계획이다. 설비·시설 투자 등에 쓰는 시설자금 비중은 15.8%에 불과했다.
외부자금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보는 기업들도 증가했다. 올해 ‘외부자금 조달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한 비율은 18.2%로, 2023년(8.7%) 대비 두 배 가량 많았고, 2024년(17.4%)보다는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경험한 차입 여건의 변화가 인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24년 은행을 통한 차입 여건이 호전됐다’고 답한 비율은 13.1%에 그쳤다. 반면 ‘차입 여건이 부진했다’는 응답은 전년 대비 12.7%포인트 증가한 41.0%에 달했다. 기업은행은 “차입 여건이 다소 불안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보다 금리 여건은 다소 개선됐으나 대출 한도의 경직성, 담보 요구 등의 어려움은 여전하다고 기업들은 밝혔다.
다만 내년 자금수요에 대해선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2026년 자금수요 증가할 것’이라는 비율은 23.9%로, 올해보다 9.0%포인트 많았다.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18.1%로 4.8%포인트 줄었다. 기업은행은 “올해 대비 2026년도 경영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비중이 증가했다. 경영 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