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지분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이번 거래는 최소 20년간 매출이 보장되는 장기 계약이 이미 체결돼 있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확보된 ‘희소 인프라 매물’로 평가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진행된 보령 LNG터미널 예비입찰에는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자산운용, 맥쿼리자산운용, KY프라이빗에쿼티(PE), 아이스퀘어드캐피탈, 캐나다 퀘백주연기금(CDPQ) 등 다수 후보가 뛰어들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일부 후보들만 초청하는 제한경쟁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많은 원매자가 몰렸다. 국내외 인프라 투자에 강점을 지닌 전통 강자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2년 전 SK팜테코 투자로 SK와 인연을 맺은 바 있는 KY PE의 등판도 눈길을 끌었다.
보령 LNG터미널은 2013년 SK E&S(현 SK이노베이션)와 GS에너지가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됐다. LNG를 저장하고 기화해 발전소나 석유화학 업체에 공급하는 시설로, 국내 LNG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다. 2017년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20만 ㎘ 규모의 LNG 저장탱크 7기와 4만 5000㎘ 규모의 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 시설을 갖췄다. 주요 고객사는 SK이노베이션, 파주에너지서비스, 나래에너지서비스를 비롯해 GS에너지, GS칼텍스, GS EPS 등 SK·GS그룹 계열 에너지 기업들이다. 두 그룹은 각각 LNG와 LPG 350만 톤을 사용하는 장기 계약을 맺고 있으며, 터미널은 고정 임대료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560억 원, 영업이익은 939억 원이었으며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2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SK이노베이션이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도 GS에너지는 잔여 지분 50%를 계속 보유하며 공동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보유 지분을 모두 팔더라도 최소 20년간 터미널과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새 인수자로서는 투자 후 장기간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적 안정성에 힘입어 매각가가 5000억 원에서 6000억 원 안팎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계약에 따른 확실한 현금흐름과 LNG 인프라의 희소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향후 GS에너지와의 협력 가능성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분 절반을 보유한 GS와 파트너십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GS와의 관계나 협력 경험이 있는 투자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MM인베스트먼트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IMM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인천종합에너지 지분 20%를 사들였고, 2021년 GS파워 지분 49%를 약 1조 원에 인수하는 등 GS 계열사와 두 차례 거래한 이력이 있다. 다만 글로벌 운용사들도 자금력과 조달 금리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입찰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IB 업계 관계자는 “장기 매출이 보장되는 인프라 매물은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며 “LNG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단순한 지분 거래를 넘어 에너지 공급망 내 입지를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의 경쟁이 끝까지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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