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실질 심사)에서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과 김 여사 측이 구속 필요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숨기고 노트북을 초기화한 데 이어 고가 목걸이와 관련해 허위 해명까지 하는 등 증거인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날 4시간 넘게 진행된 김 여사의 영장 실질 심사에서 김 여사가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김 여사가 이달 6일 소환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을 들어 향후 관련자를 회유하거나 핵심 증거를 은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또 김 여사가 올해 4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기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초기화했고 탄핵 이후에는 휴대폰을 교체한 뒤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을 제시했다. 여기에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 역시 특검 수사 전후로 휴대폰을 초기화한 점까지 종합해 구속 사유를 뒷받침했다고 한다. 아울러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를 근거로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규명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때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허위 진술을 한 점도 증거인멸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김 여사는 처음에는 목걸이를 분실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오빠 김진우 씨 장모 자택에서 발견되자 “김 씨가 가져갔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특검팀은 서희건설이 해당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전날 확보해 이날 법원에 제출했고 서희건설이 김 여사에게 건넨 뒤 수년 후 돌려받아 보관했던 진품과 모조품 목걸이도 함께 제시했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나토 순방 때 착용한 6000만 원대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재산 신고 대상(500만 원 이상)임에도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특검팀은 증거인멸 우려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판단하고 이를 이날 법원 심사 때 언급했다고 한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목걸이 진품을 확보한 경위를 법원에 설명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가품과 진품 목걸이 실물 2점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 순방 때 착용한 것이 명백히 진품임에도 특검 수사 당시 김 여사는 이를 20년 전 홍콩에서 구입한 가품이라고 주장했다”며 “김 여사와 관련자들의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정황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김 여사 변호인단은 약 8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들고 법정에 나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의혹, 건진법사 의혹 등 사안별로 “범죄 구성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또 김 여사가 이미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전자기기 초기화는 대통령실의 보안 조치라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김 여사는 최후진술에서 “결혼 전 문제들까지 지금 계속 거론돼 속상하다. 잘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구속되면 특검팀은 구속영장에 적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등 핵심 의혹 수사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8억 1144만 원 시세차익 △블랙펄과의 40% 수익 배분 약속 △1차 주포 이정필에게 지급된 손실보전금 4700만 원 등을 이미 파악했다. 최근에는 김 여사가 2011년 8월 당시 코바나컨텐츠 이사였던 김범수 전 아나운서의 주식 계좌에 3억 원을 입금한 뒤 같은 날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거기로 3억 원 넣었다. 내가 차명으로 하는 것이니 알고 있으면 된다”고 말한 녹취 파일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양평고속도로·공흥지구 특혜, ‘집사 게이트’ 등 다른 의혹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여사가 구속이 되더라도 향후 이뤄질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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