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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올해 성장률 0.8% 유지"…경제 발목 잡은 '건설 부진'[Pick코노미]

건설투자 -8.1%로 대폭 하향

"회복 더 지체땐 경제전체 부담"

관세 타결 등에도 '잿빛 경고'

정규철(오른쪽)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과 김지연 전망총괄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경제전망 수정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관세 협상 타결, 소비심리 회복 등이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장기화하고 있는 건설업 부진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5월에 내놓았던 성장률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회복이 지금보다 더 지체될 경우 나라 경제 전체에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KDI는 12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지연 등에 따라 건설투자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며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을 -8.1%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4.2%)보다 3.9%포인트 낮은 수치로 1998년 외환위기(-13.2%) 이후 최악의 전망치다. 그만큼 건설업 경기 전망이 더 어두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안전사고 발생 때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반영해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최근 포스코이앤씨·DL건설 등에서 발생한 공사 중단 조치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일어난 산재 사망 사고를 지적하며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건설업 경기에 안전 문제까지 변수로 등장하면서 정부의 1%대 성장률 사수 목표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 안팎으로 상향 조정해왔는데 이 같은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성장률이 내려가면 세수 전망치도 낮춰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확장재정 플랜을 짜기도 어려워진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니 PF 정상화가 지연되고 건설투자도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묶으면서 건설업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 경기가 바닥을 기면 관련 일자리가 줄고 건설 업체들이 내는 세수도 줄어 국가 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정부가 KDI에 이어 0%대 성장률을 제시할 경우 세입 전망도 덩달아 줄여야 하기 때문에 확장 재정으로 성장 마중물을 붓겠다는 정부의 예측도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된다.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는 이미 전년 대비 12.4%나 줄었고 하반기 건설투자도 3.8% 감소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을 조이는 규제들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6·27 부동산 대책이 하반기 주택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로 묶여 있어서 당분간 개선 요인은 없다”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구조가 양극화돼 있고 가계부채도 많아 금리를 빠르게 내리거나 대출을 빠르게 풀어주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산재 사고에 따라 건설 업체들의 경영 심리도 얼어붙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전국 103곳 모든 현장의 공사를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DL이앤씨와 계열사 DL건설도 지난주 DL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전국 모든 현장의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공기 단축에 대한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산업재해 엄벌이 연일 거론돼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며 “건설 노동자 고령화·외인화 등 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어 정부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고사 상태에 빠진 지방 소재 중견 중소 건설사들부터 쓰러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폐업 신고를 한 종합 건설사는 총 403곳으로 전년 같은 기간(367건)보다 9.8% 늘었다. 종합 건설 기업 폐업 건수는 2021년부터 4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641건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는데 이 상승세가 올해 더 가팔라진 것이다. 상반기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시공능력평가 100~200위권의 중견 건설사는 신동아건설·대저건설 등 10여 곳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지방 미분양 주택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지방에서 사업을 할 여력도,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다 지어졌지만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6월 기준 2만 6716가구에 달한다. 중소 건설사 수천 곳을 회원사로 둔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준공 후 미분양 감소 물량 대부분은 수도권에서 나왔다”며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가 벌써 3년 넘게 이어지는데 지방은 부동산 경기도 안 좋아 상황이 처참하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약 10년 만에 지방 주택을 대상으로 미분양 매입과 환매 사업을 시작했지만 역대급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우 교수는 “우량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주로 대출 규제를 터줄 필요가 있다”며 “옥석을 가려 살릴 곳은 살리는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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