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직격탄을 맞은 국내 철강업계의 지난달 대미 수출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이 6월부터 수입산 철강을 대상으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한 후 신규 수출 계약이 급감하고 있어 철강업계의 타격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고율 관세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 철강사들에게 충격이 집중될 것이란 걱정이 현실화하고 있다.
12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업체들의 대미 철강 수출 규모는 18만 8400톤으로 올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간 대미 철강 수출 규모가 20만 톤 아래로 떨어진 것 역시 올 들어 처음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관세 면제 쿼터제를 적용받았던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도 수출 물량은 22%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철강 관세가 50%로 인상된 만큼 이번 달부터 피해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6월 한국을 비롯한 해외산 철강 관세율을 기존의 2배인 50%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은 우리나라 철강 수입 1위국가로 국내 철강사들의 전체 수출 물량 가운데 13%를 차지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미국향 수출 계약이 급감하고 있다” 면서 “관세가 25%였을 때는 그나마 현지 업체와 가격 협상이 가능했지만 50%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고율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 철강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460860) 등 대형 철강업체들의 경우 미국 매출 비중이 1~3%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러나 수출 품목과 지역이 특화된 중소형 2차 가공업체들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강관 수출의 24%를 미국이 차지했으며, 특히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의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각각 98%와 78%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 철강사의 경우 미국 매출 비중이 20~5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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