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D램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대폭 상향하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뿐 아니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 전반에도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6~8월 회계연도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104억~110억 달러에서 111억~113억 달러로,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35~2.65달러에서 2.78~2.92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범용 D램의 수요가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가이던스 상향 소식이 전해진 뒤인 전날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유진테크(084370)가 3.78% 상승했고 라온텍(418420)은 8.40% 급등했다. 테스(095610)는 3.52%, 와이씨(232140)는 2.05% 올랐다. 증권가는 이번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 상향이 글로벌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를 높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밸류체인에 속한 국내 소부장 전반으로 매수세를 확산시킨 것으로 풀이했다.
시장에서는 올 3분기 서버용 D램이 초과 수요에 본격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D램 공급사들이 DDR4 생산을 종료하고 DDR5 전환에 나서면서 전체 공급량이 제한된 가운데,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 저장·전송 인프라 확충을 위해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들의 서버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AI 서버뿐만 아니라 DDR5·eSSD 기반 일반 서버와 스토리지 서버 확충이 병행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동반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완제품 업체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단기 실적 수혜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 매출 비중이 전체 D램 매출의 약 50%에 달해 안정적인 고부가 메모리 매출을 유지하면서도, 일반 D램 가격 상승분이 추가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투자 사이클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선다. 이미 1c 나노 공정 투자에 착수해 밸류체인 전반의 수주 사이클이 SK하이닉스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는 유진테크 등 삼성전자 전공정 장비 공급사들을 최우선 수혜주로 꼽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소부장주는 삼성 파운드리의 대규모 수주 소식과 함께 후공정 업체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미지 센서(CIS) 패키지·테스트에 특화된 에이엘티(172670)와 윈팩(097800)이 주간 10% 이상 오르며, 심텍(222800)과 TLB 등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나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주 이후 소부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전환됐다”며 “원익IPS(240810), 케이씨텍(281820), 피에스케이홀딩스(031980), 코미코(183300), 솔브레인(357780) 등은 실적, 수급 개선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 100% 부과를 언급했으나, 현지 생산·투자 기업은 면세 조건을 달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 보조금 수혜와 미국 내 투자 이력으로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분석이다. 대만 TSMC, Hon Hai 등도 미국 내 공장 보유로 관세 면제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가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마이크론 가이던스 상향이 국내 반도체 전 밸류체인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하나증권은 “AI 수요와 메모리 업체들의 호실적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업사이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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