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가 가상자산을 전략적으로 매수·보유하는 ‘디지털자산비축(DAT·Digital Asset Traesury)’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에서 가상자산을 대체투자자산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대된 영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BTC)에서 나아가 다양한 알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편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익원 다변화와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보유한 코인을 스테이킹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으로 운용하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최근 가상자산 강세장은 주가와 보유 자산 가치 상승을 동시에 이끌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 180라이프사이언스는 12일(현지시간) 약 3억 4900만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ETH)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명도 이드질라(ETHZilla)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 기업은 전환사채와 사모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 전액을 ETH 매입에 투입했다. 이 기업의 주가는 14일 기준 최근 한 달간 1088.89%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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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비트마인 이머선 테크놀로지도 같은 날 약 115만 개(49억 6000만 달러 상당)의 ETH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주식 발행을 통해 최대 200억 달러(약 27조 7260억 원)를 조달해 보유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비트마인은 현재 전체 ETH 유통량의 약 1%를 보유하고 있다. 장기 목표는 이 수치를 5%까지 늘리는 것이다.
솔라나(SOL)·수이(SUI)·스토리(IP)·애니메코인(ANIME) 등 알트코인을 전략 자산에 편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디파이데브는 약 118만 개의 SOL을 보유하고 있다. 밀시벤처스는 4억5000만 달러 규모 자금을 조달해 이 중 98%를 SUI 매입에 투입할 계획이다. 헤리티지는 약 3억61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IP토큰에 투자하기로 했다. 게임스퀘어는 최대 250만 달러어치 ANIME를 매입할 예정이다.
향후 이 같은 사례가 국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선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 등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며 “DAT 기업이 증권시장에 등장하면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DAT 전략은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에 따라 주가가 급락할 수 있고, 부채 부담과 규제 리스크가 뒤따른다. 김 리서처는 “DAT 전략은 매입한 가상자산 가격에 의존하는 가치 상승 구조”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 시 기업 재무에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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