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근로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했더니 주당 업무 시간이 1.5시간 단축되고 생산성은 1%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중 생성형 AI를 한 번이라도 사용한 비율은 63.5%로 조사됐다. 근로자 10명 중 6명은 생성형 AI를 한 번이라도 써 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정기적 사용자는 22.2%, 시험적 사용자는 41.3%로 나타났다. 업무 목적으로 한정해도 51.8%로 과반을 넘으며 정기적 업무 사용자는 17.1%다.
한국의 생성형 AI 업무 활용률은 미국(26.5%)의 약 2배 수준이다. 보급 속도도 빠르다. 인터넷 상용화 3년 후 활용률(7.8%)보다 8배 높다. 이러한 빠른 확산은 기반시설 구축과 AI의 범용성에 기인한다.
단순히 많은 근로자가 활용하는 것을 넘어 활용 강도 또한 높다. 생성형 AI를 업무에 사용하는 근로자는 주당 5~7시간을 AI 사용에 할애해 미국(주당 0.5~2.2시간)을 압도한다. 또 하루 1시간 이상 AI를 사용하는 ‘헤비 유저’ 비중이 한국은 78.6%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31.8%다.
다만 개인 및 직업 특성에 따라 활용률은 편차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남성(55.1%)이 여성(47.7%)보다 높고 청년층(18~29세, 67.5%)이 장년층(50~64세, 35.6%)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학력별로는 대학원 졸업자(72.9%)가 대졸 이하(38.4%)보다 월등히 높다. 직업별로는 전문직·관리직·사무직이 높은 AI 활용률을 보였다.
한은은 생성형 AI 활용 시 업무 시간이 단축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 40시간 기준 1.5시간이 줄어 3.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5.4% 감소)에 비해서는 감소 폭이 적다. 잠재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는 1%로 추정됐다. 이는 미국(1.1%)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를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 적용하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4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GDP 성장률 3.9% 가운데 1.0%포인트가 AI 도입에 따른 잠재적 기여도로 추정됐다.
서동현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업무 시간 단축 효과는 경력이 짧은 근로자에게 더 크게 나타나 AI가 업무 숙련도 격차를 완화하는 ‘평준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생성형 AI 활용 이후에도 업무 시간이 줄어들지 않은 근로자 비중이 54.1%인데 향후 보다 많은 근로자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 생산성 향상 효과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의 AI에 대한 인식도 좋은 편이다. 48.6%는 AI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응답해 부정적인 응답(17.5%)을 크게 웃돌았다. 또 AI 발전에 대비해 상당수가 교육 이수(33.4%) 또는 이직(31.1%)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생성형 AI 활용 경험자, 자율로봇 협업 근로자, 자신의 직업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근로자일수록 교육 및 이직을 준비할 확률이 더 높았다.
또 32.3%의 근로자가 AI 기술 발전 기금에 대한 참여 의향을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평균적인 지불 의사를 반영하면 향후 5년간 38조 원의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5월 19일부터 6월 17일까지 전국 만 15∼64세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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