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국내 불면증 환자의 수면제 사용을 전 연령에 걸쳐 증가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신애선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2010~2022년 국내 18세 이상 불면증 환자 814만 명의 수면제 처방 추세를 분석한 결과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29일 밝혔다. 해외에서는 팬데믹 동안 수면제 사용이 증가했다는 연구들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팬데믹 이전 처방 추세를 기반으로 예측치와 실제 처방량을 비교한 대규모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면증은 대표적 수면장애로 장기화하면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 뿐만 아니라 신체 질환 악화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불면증 치료에 쓰이는 벤조디아제핀, 비벤조디아제핀, 저용량 항우울제, 저용량 항정신병약물 등 4가지 계통의 약물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 다음 팬데믹 이전인 2010~2019년 처방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모델을 구축하고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 실제 처방량과 비교했다. 이후 성별, 연령대별, 약물 계통별로 처방량과 처방 환자 수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모든 약물 계통에서 수면제 처방량과 처방 환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총 처방 건수는 2010년 1050만 건에서 2020년 3850만 건, 2021년 4120만 건, 2022년 4240만 건으로 12년 사이 4배 이상 늘었다. 팬데믹 이전 예측 모델과 비교한 결과, 이 기간 동안 모든 연령대에서 실제 수면제 처방량이 예측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정신병제의 경우 남녀 모두 팬데믹 기간 예측치를 초과한 가운데 2021년 1·2분기 내내 여성은 예측치의 40.88%, 남성은 38.32%나 초과했다. 이 가운데 2021년 18~29세 젊은 성인층은 모든 약물 계통에서 예측치를 가장 크게 초과해, 팬데믹이 젊은층의 수면제 사용에 미친 영향이 특히 두드러졌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한편 2010~2022년 수면제 처방량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수면제 용도로 사용되는 저용량 항우울제는 2019년 대비 2020년 상반기 처방 건수가 남성 38.6%(약 151만 건), 여성 37.1%(약 231만 건)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저용량 항정신병약물도 같은 기간 남성 28.9%(약 45만 건), 여성 25.7%(약 56만 건) 증가해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반면 졸피뎀 등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는 증가폭이 가장 작아 예측치와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유진 교수는 “2010~2022년 수면제 처방량은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여성과 고령층에서 처방량이 많았다”며 “팬데믹 기간에는 수면제 용도로 사용되는 저용량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물의 처방이 예측치를 크게 웃돌았고, 18~29세 젊은층에서 증가폭이 특히 두드러진 만큼 해당 계층을 중심으로 약물의 안전한 사용과 부작용 모니터링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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