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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5년 뒤 K바이오 붕괴한다"… 이유는?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인터뷰

"정책 자금이 민간과 경쟁하며 초기 기업 씨 말라

'ARPA-H'처럼 혁신적·모험적 R&D 투자 늘려야"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효정 기자




“정책 자금이 민간과 경쟁하며 투자 중·후기(시리즈B 이후) 단계 바이오 기업의 과실을 따먹는 동안 유망한 초기 기업들은 말라 죽고 있습니다. 정책 자금이 높은 리스크를 안고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역할을 맡지 않으면 5년 뒤 우리 바이오 산업은 붕괴될 것입니다.”

김명기(사진)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처럼 초기 투자가 어려울 때는 정부가 정책 자금 80% 이상을 투입해 유망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1세대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투자자다.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를 마친 뒤 LG화학기술연구원을 거친 연구자 출신으로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지 못하던 20여년 전부터 바이오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6년 바이오 특화 VC인 LSK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올해 일라이릴리와 1조 9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알지노믹스, 지난해 상장한 셀비온 등에 투자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바이오 산업 투자 전략에 대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김 대표는 “2021년 하반기부터 바이오 투자 시장이 악화하는 동안 보건복지부는 초기 투자를 민간에 맡기고, 후기 투자 펀드만 조성했다”며 “초기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씨가 마르면서 올 들어 창업한 바이오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20년 515개였던 바이오 벤처 창업은 2021년 257개, 2022년 29개로 급감했다. 이는 1992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1993년(19개)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수치다.



김 대표는 민간 자금이 높은 리스크를 지고 초기 기업에 투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기업공개(IPO) 문턱이 높아지면서 투자금 회수마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정부가 초기 기업 투자 펀드를 조성할 때 민간 자금 50%를 매칭하라고 하면 낮은 예상 수익률 탓에 펀드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요즘처럼 초기 투자가 어려울 때는 정부가 정책 자금 80% 이상을 투입해 유망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한국형 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 프로젝트’처럼 혁신적·모험적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자금을 투입할 때는 어디에 투입해야 가치가 높아질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국내 제약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전통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역량이 강화돼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봤다. 지금처럼 바이오 벤처가 IPO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산업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은 매수 주체가 될 기업이 없어서”라며 “국내 제약사 수는 일본보다 많지만 전체 제약 산업 규모는 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니 개별 제약사가 M&A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약가 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해외 대비 현저하게 비싼 제네릭 약가를 내리고, 같은 약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들 간 M&A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며 “그러면 고정비가 줄고 경영 효율화가 이뤄져 일본에서처럼 자금력을 갖춘 제약사들이 등장하고, 로슈의 제넨텍 인수와 같은 대규모 M&A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로 가면 5년 뒤 K바이오 붕괴한다" …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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