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에서 전시관 인근에 특별한 집 한 채를 지었다. 차세대 주거 모델 중 하나로 떠오른 스마트 모듈러 홈이 그 주인공이다. 모듈러 홈은 공장에서 제작되는 방식으로, 생산 단계부터 가전과 사물인터넷(IoT)·냉난방공조(HVAC) 솔루션을 모두 연계해 구현할 수 있어 각광 받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찾은 삼성전자의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 전시장 내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 체험관’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홈 기술이 총집합 된 공간이었다. 전체 218㎡(66평) 규모로 작은 큐브 세 개를 하나로 합친 듯한 모습이다. 실내만 따지면 106㎡(32평) 규모로 일반 주택과 다를 바 없는 형태를 갖췄다.
일반 주택과 가장 다른 점을 꼽자면 입주할 때부터 가전과 가구, 공조 시스템이 다 연결된 상태라는 점이다. 보안, 넷제로 에너지, 수면 등 6개 콘셉트의 홈 솔루션을 적용한 체험관에 들어서자마자 인공지능(AI) CCTV와 스마트 도어락이 작동해 간편하고 안전한 출입을 돕는 보안 솔루션이 구현됐다. 거실과 주방에는 다양한 빌트인 가전과 조명·센서 등이 연결돼 있었다. 빌트인으로 구성된 가전들의 경우 입주 후 QR을 찍는 등 간편한 등록 과정만 거치면 최적화된 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다목적실과 침실에선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가전 등이 어우러져 시키지 전에 알아서 적합한 환경을 구현해주는 AI홈 솔루션을 체험할 수 있었다. 다목적실에서 ‘게임모드’를 실행하면 조명과 커튼, 에어컨 등이 알아서 작동하며 몰입감 넘치는 엔터테인먼트 환경이 조성됐다. 침실에선 사용자가 눕거나 일어나는 것을 웨어러블 기기가 인식해 조명과 공조기기 등이 수면에 적합하게 조정됐다.
에너지 면에선 빌트인으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태양광 배터리(ESS), 환기장치(ERV)가 스스로 밸런스를 맞춰가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다. 예를 들어 해가 나지 않아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운 날이면 집에 있는 가전을 절전모드로 전환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모듈러 주택을 현재 삼성물산과 협력해 만들고 있다. 삼성물산이 생산하는 모듈러 주택에 삼성전자가 스마트홈 솔루션 및 가전을 턴키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만드는 데는 일주일, 설치는 하루 만에 가능하다. 주택 가격은 3~4억 원 수준이다.
박찬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수도권 내 단독 주택의 건설 비용이 10억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모듈러 주택은 3분의 1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모듈러 주택의 수요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유럽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유럽 내 에너지 기업들과 협업해 모듈러 홈에서 에너지 생산, 저장, 사용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넷제로홈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박 부사장은 “독일은 모듈러 주택 비중이 7% 수준이고 북유럽은 30~40%에 달하는 등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이번 IFA를 기점으로 모듈러 건축에 AI 홈 기술을 더한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을 본격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홈으로 진화한 모듈러 홈의 저변 확대를 위해 국내외 건설사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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