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는 등 수출 하방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KDI는 9일 ‘경제동향 9월호’에서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설비투자 증가세도 조정되는 가운데 제조업 가동률은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면서도 “시장금리 하락세, 정부의 소비지원 정책 등으로 소비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내놓은 “소비 여건은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보다 긍정적인 뉘앙스가 짙어졌다.
이 같은 인식에는 상품소비와 밀접한 소매판매의 증가 폭(6월 0.3%→7월 2.4%)이 확대되고 서비스소비도 숙박·음식점업(6월 -2.7%→7월 1.6%)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한 것이 자리하고 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11.4으로 7월(110.8)보다 0.6포인트 올라 2018년 1월(111.6)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KDI의 한 관계자는 “22일부터 2차 지급을 시작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소비지원 정책이 지속되면서 소비 개선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건설업이다. 건설업체의 시공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6월(12.1%)에 이어 7월(14.2%)에도 감소한 데다 감소 폭까지 더 커졌다.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 울상인 건축 부문의 감소 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그나마 선방해오던 수출도 점차 수렁에 빠지고 있다. 8월 일평균수출이 5.8% 증가했으나 반도체(32.8%)와 자동차(13.6%)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은 오히려 3.0%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를 걷어내면 수출 둔화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KDI는 “대미 수출이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선제 대응 효과가 사라져 향후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 관세 부과 여부 및 자동차 관세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잔존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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