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들이 다른 약사의 약국 개설 허가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약사 A씨 등이 서울 영등포구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국개설등록 처분 취소소송에서, 소를 각하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서울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약사 B씨가 여의도동 상가에 위치한 여성의원 바로 옆 호실에 약국을 개설하면서 발생했다. B씨는 영등포구 보건소에 약국 개설 등록을 신청했고, 보건소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A씨 등 인근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은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3호, 제4호에 위반된다”며,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조항은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일정한 장소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 약국 개설을 제한하고 있다.
쟁점은 기존 인근 약사들이 제3자로서 다른 약사의 약국개설등록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약국은 해당 의원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의원 바로 옆 호실에 약국이 개설되었다”며 “이로 인해 원고들의 약국 매출 중 해당 의원의 처방전에 따른 매출이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원고 적격을 인정했다.
반면 2심은 A씨 등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소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약국과 문제된 약국은 각각 다른 건물에 위치해 있고, 원고들 약국 인근의 다른 건물에도 약국이 존재한다”며 “원고들의 약국 매출이 해당 의원의 처방전에 주로 기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은 제3자 원고 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이를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다른 약사에 대한 신규 약국개설 등록처분으로 인해 조제기회를 전부 또는 일부 상실하게 된 기존 약국개설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는 “신규 약국개설 등록처분으로 인해 기존 약국개설자가 의료기관의 처방약 조제기회를 공정하게 배분받을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는, 개별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신설 약국과 기존 약국의 위치, 규모, 운영형태, 의료기관과의 거리 및 접근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약국개설등록 처분 취소소송에서 인근 기존 약국 개설자의 원고 적격 인정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판시한 사건이다”며 “인근 약사들의 이익이 의약분업 제도 정착을 위한 약사법 관련 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임을 명확히 하고, 제3자 원고 적격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