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러시아 드론을 격추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에 우크라이나 국방 총책임자가 러시아의 나토 공격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국방 장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나토와의 전쟁을 준비 중이라면서 러시아의 유럽 진격을 막기 위해 수십억 파운드의 자금을 투입하는 대규모 재무장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미할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년내 나토 침략 의도를 드러내 왔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강해지지 않으면 어떠한 평화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러시아가 또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러시아는 힘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모든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며 “잘 훈련된 요원, 안전 보장, 협력 체계 구축,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기대감이 커졌지만 평화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설사 평화 협정이 성사되더라도 러시아가 3∼4년간 막대한 군비 투자와 재무장을 거쳐 또 다른 전쟁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게 슈미할 장관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단지 휴전이 아니라 종전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아마겟돈 시나리오를 떠올려서는 안 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슈미할 장관이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 등 5개국(E5) 국방·안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하면서 진행됐다. 인터뷰 몇 시간 뒤인 다음날 새벽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수차례 침범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3년 6개월여 만에 나토 회원국의 첫 타격이 이뤄졌다. 나토 전투기가 회원국 영공에서 적의 목표물을 공격한 것도 1949년 나토 창립 이후 처음이다. 나토는 폴란드의 나토 조약 4조 발동 요청에 따라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 조항은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를 위협 받은 동맹국이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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