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을 평정한 중국 테크 기업들이 집 밖으로 눈을 돌려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로봇,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과 같은 첨단기술을 전기차에 접목해 하이테크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마트 홈 브랜드 드리미 테크놀로지는 12일 위하오 드리미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8일 독일을 방문해 드리미 자동차(Dreame Car) 신규 공장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로봇청소기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드리미는 지난달 말 자동차 산업 진출을 공식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첫 번째 최고급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드리미는 슈퍼카인 부가티 베이론을 뛰어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계획 발표 당시에는 이 같은 계획이 ‘선언’ 수준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CEO가 곧바로 생산 준비에 돌입하면서 드리미의 전기차 행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현재 드리미의 자동차사업부는 스마트 하드웨어 연구개발(R&D) 인력과 자동차 제조 분야 전문가 등 1000명에 달하는 임직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빠른 속도로 조직을 확장하고 있다. 드리미 관계자는 “드리미는 로봇과 스마트 하드웨어 분야에서 축적한 첨단기술을 자동차 산업에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탄탄한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를 갖춘 독일에서 빠르게 자리 잡아 글로벌 고객에게 혁신적인 전기차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드리미 외에도 샤오미와 로보락 등 중국의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연이어 뛰어들고 있다. 올해로 출범 2년 차를 맞는 샤오미의 전기차 사업은 일부 모델의 대기 기간이 1년이 넘는 등 올 2분기에만 4조 원의 매출을 거둬들이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로보락이 설립한 록스모터도 지난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했다.
중국의 로봇청소기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로봇청소기에서 사용되는 기술 상당 부분이 전기차 개발에 활용될 수 있어 내연기관 차량보다 진입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로봇청소기는 AI 칩과 전동 모터, 배터리, 각종 센서와 라이다 및 3차원(3D) 카메라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고도화된 자율주행을 하는 일종의 자율주행차와 같다는 평가다. 실제 드리미는 △고속 디지털 모터 △AI 알고리즘 △로봇 제어 기술 등에서 축적한 역량을 자동차 구동 시스템, 지능형 콕핏, 자율주행 기술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중국 내수 전기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이에 드리미가 중국이 아닌 독일 생산을 추진하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내 경쟁이 심한 이유도 있고 성능이 뛰어나다 해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한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처음부터 독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 중국 전기차가 중국에서 벗어나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어 이번 드리미의 행보를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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