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따라잡힐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내년에 추월을 당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대만의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고 한국은 부진하면서 시점이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정부와 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7430달러로 대만(3만 8066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일 제시한 올해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와 대만 통계청이 이달 10일 제시한 올해 1인당 GDP 전망치를 토대로 단순 비교한 것이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명목 GDP 1조 8746억 달러에 정부의 올해 경상 성장률 전망치(3.2%)를 대입해 올해 명목 GDP 전망치(1조 9345억 달러)를 구하고, 이를 통계청 데이터상 올해 인구(5169만명)로 나누는 방식으로 추정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 지난 2003년 1만 5211달러로 대만(1만 4041달러)을 제친 후 22년 만에 역전당하게 된다.
대만이 올해 추월을 앞둔 배경으로는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고속 성장이 꼽힌다. 올해 2분기 대만의 실질 GDP는 작년 동기 대비 8.01% 증가해 지난 2021년 2분기(8.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대만 통계청은 지난달 15일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0%에서 4.4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2.81%로 제시했다.
반면 한국은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7%, 작년 동기 대비로는 0.6%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의 실질 GDP 성장률이 각 0.9%,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상징적 수치로 여겨지는 1인당 GDP 4만 달러도 대만이 한국보다 먼저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만 통계청은 당장 내년에 자국 1인당 GDP가 4만 1019달러에 달해 사상 처음 4만 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의 내년 경상 성장률 전망치(3.9%)를 대입하더라도 1인당 GDP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3만 8947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실질 GDP 성장률만 예상하는 한국은행의 내년 전망치는 1.6%로 정부(1.8%)보다 더 낮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1인당 GDP도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원화만 유독 약세 국면을 벗어나지 못해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대만과의 격차가 더 확대될 여지도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 4만 달러 돌파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 10월 '2019년 및 중기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당시 기준으로 5년 뒤인 2023년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3만 달러를 넘어선 뒤 5년 만에 4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2023년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는 오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달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은 2027년 가능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7년 동안 달성 예측 시점이 4년 이나 늦춰진 것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재편도 못 이뤄내면서 GDP 성장 속도가 정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