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더 센 특검법’에 수사 대상자가 자수하거나 범죄 규명에 기여할 경우 형벌을 감경할 수 있는 조항이 새로 포함되면서 특별검사 수사에 동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김건희 여사에게 ‘나토 목걸이’를 전달하며 인사 청탁 사실을 스스로 밝힌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사례처럼 추가 협조자가 나타난다면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 개정안에는 수사 대상자가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거나, 타인의 범행을 고발·방해하거나, 진술·증언 및 자료 제출 등을 통해 범죄 규명에 기여할 경우 형벌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는 영미권에서 일반화된 ‘플리바게닝(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을 참고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특검에 한해 처음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사법 정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일부 경제 범죄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플리바게닝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조계는 이 조항이 김 여사를 둘러싼 측근들의 자백과 증언을 유도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변호사는 “상대방 진술이 확보되면 본인이 부인해도 방어가 쉽지 않다”며 “김 여사의 구속이 이미 측근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어 플리바게닝이 도입되면 추가 진술을 이끌어내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60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김 여사에게 건넨 사실을 인정하는 자수서를 지난달 11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제출하며 ‘매관매직’ 수사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정확한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형량을 줄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특검팀은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플리바게닝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1호 사건’으로 진행된 삼부토건 주가조작 수사는 두 달 넘게 이어졌지만 조성옥 전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제자리걸음을 했다. 윤 전 대통령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응했고 특검팀이 청구한 체포영장도 집행되지 못했다. 여기에 ‘집사 게이트’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됐고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코바나컨텐츠 협찬 등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제한적이다.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의혹 역시 김 여사의 실질적 영향력이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도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입증을 위해 플리바게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환 의혹은 국가 안보 사안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물증보다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비상계엄을 구상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새 조항이 도입되면 피의자들과 참고인들의 허위 진술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있다.
3대 특검팀은 플리바게닝이라는 ‘당근’ 정책과 더불어 원칙에 따른 강제수사 엄포와 같은 ‘채찍’으로 피의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세 차례 소환에 불응한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의 자진 출석 의사와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일정을 검토할 것”이라며 체포영장 청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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