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다음 달부터 인도 시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뉴 2세대 모델을 투입하기 위해 현지 공장에서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현대차(005380)그룹이 2위를 굳히는 한편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 14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춰 중동·중남미 등 140여 개국을 상대로 수출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은 2023년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인도 탈레가온 푸네 공장의 첫 생산 차량으로 ‘2세대 베뉴’를 낙점하고 다음 달 생산에 돌입한다. 베뉴는 2019년 출시 이후 올 4월까지 인도에서 누적 판매량 66만 8303대를 기록한 ‘효자’로 판매 확장성이 큰 모델이다.
현지 전략형 모델인 크레타에 이어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 차량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2세대 모델 변경을 통해 디자인 개선은 물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보강해 상품성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베뉴는 최근 인도 시장에서 판매가 주춤한 현대차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 들어 8월까지 인도에서 37만 3783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40만 8299대)에 비해 판매 실적이 8.4% 감소했다. 기아가 같은 기간 인도에서 18만 대 넘게 판매해 이를 합치면 55만 대를 훌쩍 넘어 현지 브랜드인 타타모터스와 마힌드라를 크게 제치고 현대차그룹이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현지 업체들의 추격전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현대차는 올 초 인도에 출시한 크레타 일렉트릭을 앞세워 8월 들어선 단독으로 월간 판매량 2위에 복귀했지만 올해 누적 판매량에서는 마힌드라에 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 시장에서 40% 수준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계 마루티스즈키의 왕좌를 흔들려면 차량 라인업 강화는 필수인 형국이다.
현대차는 고율 관세 부담이 지속되는 북미 시장의 불확실성을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에서 판매량을 늘리며 상쇄해나갈 방침이다. 인도는 14억 명의 거대 인구를 보유한데다 평균 소득 수준이 빠르게 늘면서 자동차 구매력이 급격히 늘고 있다. 30%대 머물던 도시화율도 2030년까지 40% 이상으로 늘어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지난해 233억 달러(약 32조 3730억 원)였던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가 연평균 22.4% 성장해 2032년 1178억 달러(약 163조 6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내수 시장 공략뿐 아니라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기존 인도의 주력 생산 거점인 첸나이 공장(연간 생산량 82만 대)과 더불어 탈레가온 공장의 생산량을 2028년까지 25만 대로 확대해 약 110만 대의 생산 체제를 확보할 계획이다. 기아의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연간 생산량 30만 대)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의 인도 내 생산 능력은 140만 대로 증가한다.
현대차그룹은 탄탄한 인도의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내수와 수출 시장을 동시에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실제 올 8월까지 HMI의 수출량은 11만 8840대로 지난해 동기(10만 5200대) 대비 12.9% 증가했다. 현대차는 아울러 2030년까지 20종의 내연기관차와 6종의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인도에 투입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현재 6% 수준인 전기차 점유율을 2030년에는 15%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2세대 베뉴를 시작으로 ‘기회의 땅’인 인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일본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해온 중동·동남아 시장에서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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