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원화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제기됐다.
16일 한은이 공개한 8월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신성환 금통위원은 “향후 미국과 체결한 대규모 투자 펀드가 실제로 실행될 경우 환율이 상방 압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미 투자 펀드로 인해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미국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28일 열린 통방 회의에서 신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하며 이 같은 우려를 공유했다.
다른 위원도 “최근 발표된 대미 투자펀드는 자본 유출입과 환율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구조, 인력 유출 등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미 투자펀드의 영향을 외환·금융시장뿐 아니라 성장과 물가 등 실물경제 측면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유관 기관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 관련 부서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관세와 대미 투자가 순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며 대미 투자에 따른 배당소득 증가가 이를 전액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한국, 일본, EU의 대미 투자규모 합계가 1조 5000억 달러에 달해 관세로 인한 미국 경제의 부정적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올 초 예상됐던 달러화 약세는 완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달러화의 향후 방향과 관련해 상방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세와 미국 테크 기업의 실적 호조를, 하방 요인으로는 고용지표 악화와 고평가된 미국 주식의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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