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은 기억을 금세 잊어버리는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뇌과학적으로 규명했다. 뇌 신경세포가 기억과 맞지 않은 행동을 이끄는 ‘신호 표류’ 탓으로 향후 이 결과를 응용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단기기억 장애 질환을 치료할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뇌연구원은 라종철 감각·운동시스템 연구그룹 박사 연구팀이 단기기억 오류의 뇌 회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생쥐에서 기억이 유지되는 동안 뇌 신경세포의 신호 표류 현상을 발견했고 이것이 행동 오류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단기기억은 방금 본 정보를 일정 기간 유지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인지능력이다. 단기기억을 금세 잊어버리는 단기기억 오류가 뇌과학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험쥐를 대상으로 시각정보를 잠시 기억했다가 올바른 방향으로 반응해야 하는 ‘지연일치 행동과제’를 설계해 실험했다. 이 과정에서 쥐의 후두정피질(PPC) 신경세포 활동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기억이 유지되는 동안 뇌 후두정피질의 신경 신호가 잘못된 행동을 선택하는 신호 표류 현상이 관찰됐다. 뇌가 기억한 시각정보와 다른 행동을 하도록 명령내린 것이다. 이 같은 신호 표류가 행동 오류로 이어져 사람의 경우 기억을 까먹는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라 박사는 “이번 성과는 이번 성과가 조현병, ADHD 등 단기기억 손상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경정신질환의 기초 메커니즘을 밝히고 조기 진단기반 마련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며 “단순히 기억오류 탐지 기술을 넘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 첨단 신경신호 해석 기술의 발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PLOS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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