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서울 광화문의 대표 트로피 에셋(상징성 있는 자산)으로 꼽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SFC)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지난해 시설 노후화에 따른 가격대 이견으로 매각에 실패한 만큼 이를 보완해 다시 매각해 착수하겠다는 전략이다. SFC의 리모델링에는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IC는 SFC의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한 컨설팅 업체로 WSP(William Sale Partnership)를 선정했다. WSP는 글로벌 엔지니어링·전문 서비스 컨설팅 기업이다. 상업용 오피스를 비롯해 각종 시설과 인프라에 대한 건축·리모델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서울 잠실의 랜드마크인 롯데타워 시공 과정에 참여한 바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피스와 관련된 각종 프로젝트를 WSP에 맡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GIC가 SFC의 리모델링에 나서는 이유는 시설 노후화에 따른 가격 저평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GIC는 지난해 말 SFC 가격으로 3.3㎡당 4000만 원, 총 1조 5000억 원 이상의 가격을 희망했다. 다만 입찰에 참여한 코람코자산신탁, 벤탈그린오크(BGO) 등 원매자들이 제안한 가격은 3.3㎡당 3300만 원, 약 1조 2000억 원 선에 그쳤다. 당시 매도자와 원매자 간 가격대가 크게 벌어진 이유 중 하나로 GIC의 시설 노후화가 꼽힌다. SFC가 2001년 준공된 만큼 인수 후 보수 작업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GIC는 SFC 리모델링 이후 가격대를 높여 다시 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GIC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층부터 리모델링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모델링이 완료된 곳으로 임차인을 이주시켜 순차적으로 SFC 전체를 리모델링 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SFC의 공실률이 크지 않은 점을 보면 이 같은 리모델링을 끝내기까지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 이후 GIC가 원하는 가격에 SFC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 조사 기관 등에 따르면 2029년까지 서울에 약 77만 평 규모의 신규 오피스 공급이 예정돼 있다. 과거 연평균 공급량의 1.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입주 수요 대비 공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서울 전체 오피스 공실률이 최소 14%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 증가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으로 향후 SFC 매각 추진 과정에서 원하는 가격대에 거래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SFC는 GIC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3500억원에 인수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알린 자산이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도보 5분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다. 연면적은 11만 9646㎡(3만 6192평)로 지하 8층~지상 30층 규모다. 지하에는 리테일시설인 SFC몰이 있고, 지상 오피스에는 대사관, 금융사, 기업 등이 입주해 있다. GIC는 이후 SFC와 인접한 더 익스체인지 서울, 프리미어플레이스 등을 매입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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