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명문 경기고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해 학생과 교직원 10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학교 측이 초기에 화재경보를 ‘오작동’으로 안내해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오후 2시 11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 3층 동아리실에서 불이 났다. 수업 중이던 학생과 교직원 등 1100여 명이 일시에 건물을 빠져나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30여 분 만인 오후 2시 43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학생들은 화재 직후 경보음이 울리자 당황하며 교실 밖으로 나왔으나, 학교 측이 “경보기 오작동”이라고 안내하면서 대피 여부를 두고 한동안 혼란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연합뉴스에 “사이렌이 계속 울리고 친구들의 비명이 들려 교실 밖으로 나갔더니 연기가 나고 있었다”며 “대부분 학생이 밖으로 나온 뒤에야 대피 방송이 나왔다”고 전했다.
경기고는 1900년 개교해 1976년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한 서울의 대표적 명문고다. 김영삼 전 대통령,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손석희 전 JTBC 사장 등 정·재계와 언론·문화계에서 활동한 유명 인사를 다수 배출해왔다.
전문가들은 “경보기 오작동 여부는 사후에 확인할 문제일 뿐, 울린 순간에는 대피를 최우선해야 한다”며 “학교 현장에서는 경보가 울리면 곧바로 학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전원 귀가시킨 뒤 소방 당국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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