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9월 들어 뉴욕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가상자산 채굴주로 발 빠르게 투자처를 옮기며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트마인은 채굴 인프라 투자 기대에 주가가 급등했고, 팰런티어 역시 단기 조정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오라클은 대규모 수주 잔고 밸표에 이어 틱톡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겹호재를 맞았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1~19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은 비트마인·팰런티어·시놉시스·오라클·유나이티드헬스 순으로 집계됐다. 순매수 규모는 비트마인이 1억 7435만 달러(약 2440억 원)였으며, 팰런티어는 1억 6331만 달러(약 2285억 원), 시놉시스가 1억 3390만 달러(약 1873억 원), 오라클이 1억 3190만 달러(약 1845억 원), 유나이티드헬스가 1억 1407만 달러(약 1596억 원)이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나이티드헬스(3억 1572만 달러, 약 4417억 원), 비트마인(2억 5277만 달러, 약 3536억 원), 엔비디아(1억 7609만 달러, 약 2464억 원), 피그마(1억 7522만 달러, 약 2451억 원), 뉴스케일파워(1억 4887만 달러, 약 2083억 원) 순으로 많이 사들였으나, 팰런티어와 시놉시스, 오라클이 이달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서학개미들은 발 빠른 ‘갈아타기’로 적지 않은 수익률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트마인은 이더리움 보유 확대와 채굴 인프라 투자 기대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43.62달러에서 19일 61.29달러로 40.51% 상승했다. 같은 기간 팰런티어 역시 156.71달러에서 182.39달러로 급등, 16.39% 올랐다. 이밖에 오라클(36.50%)과 유나이티드헬스(8.66%) 역시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16%, 나스닥 지수는 5.48% 상승해, 평균적인 시장 수익률을 크게 뛰어넘었다. 다만, 시놉시스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하며 17.90% 하락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달 ‘AI 거품론’ 영향으로 팰런티어의 주가가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팰런티어는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매출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오라클 역시 이달 10일 실적 발표에서 오픈AI와 3000억 달러(약 410조 원) 규모의 AI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40% 넘게 급등했다. 오라클은 수주 잔고(잔여 이행 의무)가 4550억 달러에 이르며 전년 동기 대비 359% 폭증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강자였던 오라클은 대규모 계약을 계기로 AI 클라우드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울러 최근 미국과 중국 정부가 미국의 틱톡 인수에 최종 합의한 점도 큰 수혜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를 마친 후 중국 기술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 매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라클 등 미국의 3개 회사가 구성한 컨소시엄이 틱톡 지분 80%를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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