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아파트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성수에서 시작된 급등세가 옥수를 거쳐 금호동 일대로 확산하고 있다. 인근 성수동, 옥수동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 행렬이 이어지면서 가격도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전 막차를 타자는 수요까지 몰리며 매물마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동에서 9월에만 15건 넘는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금호동1가 벽산 전용 114㎡는 지난 4일 17억 9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또 서울숲2차푸르지오 전용 84㎡는 15일 22억 원에 거래돼 전고점 21억 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금호동2가 신금호파크자이 전용면적 59㎡는 1일 18억 1400만 원으로 6월 21일 기록한 18억 원을 약 두 달 반만에 경신했다. 이후 불과 보름 뒤인 17일에 4600만 원 오른 18억 6000만 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매수 문의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신고가가 새로운 매물 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매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성수에서 시작된 가격 급등세로 인해 매수세가 옥수동을 거쳐 금호동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옥수동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자 길 하나 차이로 가격 차이가 벌어진 금호동 아파트의 가격 경쟁력이 돋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호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대표는 “금호동과 옥수동의 지형도 비슷하다”면서 “장기적으로 금호동 아파트 가격이 옥수동 가격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 들어 옥수동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는 가팔랐다.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면적 59㎡는 올 1월 평균 16억 50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8월에 21억 원까지 치솟았다. 올 1월 19억 8000만 원에 거래됐던 옥수동 한남하이츠 전용면적 87㎡의 가격은 7월 27억 원으로 뛰었다. 같은 주택형, 연식 기준 금호동과 수억 원 차이가 난다.
거래도 활발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금호동을 비롯한 성동구의 9월 거래 건수는 104건으로, 이미 7월 거래량(102건)을 뛰어넘었다. 9월 거래 신고 기한이 10월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서는 지방 현금부자들의 매수도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과장에 공개된 집합건물 소유권 매매 이전등기를 분석한 결과 성동구 옥수동과 금호동 아파트를 매수한 이들 중 수도권 외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은 1월 단 네명이었지만 6월 25명, 7월 23명, 8월 30명으로 껑충 뛰었다. 옥수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지방 부자들이 옥수, 금호동에 많이 몰리고 있다”며 “이들은 집을 보지도 않고 현금으로 계약을 한다”고 전했다.
정부의 토허구역, 규제지역 지정 여부는 한껏 달아오른 금호동 아파트 가격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규제가 지정되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지방 거주자나 갭투자자들의 매수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담보인정비율(LTV) 역시 현재 70%에서 40%로 크게 낮아지는 만큼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성동구의 토허구역·규제지역 지정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동구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10.50% 올라 서울 25개구 중 송파구 다음으로 높았다. 최근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9월 셋째 주 성동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41%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동구가 마포구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 1순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 역시 "마포나 성동 등에 LTV 40%를 적용하면 효과가 굉장할 것"이라고 직접 거론한 바 있다.
다만 추가 규제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옥수·금호동 아파트는 입지 상 다리만 건너면 되는 압구정·청담 거주자의 자녀가 많이 찾기 때문에 현금 동원이 어렵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한강벨트 전반에 온기가 퍼지면서 옥수동과 금호동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며 “추가 규제가 예고된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매수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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