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60주년 한일 문화교류에서 달라진 것은, 지켜야 할 것은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9~10월 한일축제한마당 양국서 개최

20회째 행사 동안 국민소득서 큰 변화

“일본의 4배 우위서 한국 우위로”  

우호교류에 경제·문화 인식 반영돼야

지난해 9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2024 in Seoul’에서 한일 전통 복장을 입은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과 강인선 외교부 차관이 지난해 9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2024 in Seoul’ 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요즘 일본에서는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즉 차기 총리 선거가 한창인 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라는 인물이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로 올라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한국이 일본에 기어오른다’라는 망언으로 우리와 다소 아쉬운 관련을 맺었다고 한다. 지난 2022년 2월의 일이다. 당시 도쿄도에서 열린 ‘야스쿠니 신사 숭경봉찬회’라는 우익단체 주관 심포지엄 강연에서 다카이치 씨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 등 주변국 반발을 겨냥해 “(우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일본어 ‘つけ上がる’(쓰케아가루)는 ‘상대방이 점잖거나 관대함을 기회로 버릇없이 굴다’, 즉 속된 말로 ‘기어오르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다카이치 씨는 또한 “주권 국가의 대표자로서 선인에게 존숭의 마음을 갖고 감사의 정성을 바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런 당연한 것을 계속 해나가면 주변이 결국 바보 같은 불평을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2022년 다카이치 씨의 ‘망언’을 보도한 일본 언론. 온라인 갈무리


다카이치 씨가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는 있다. 최근 발간된 박훈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의 신작 ‘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에서 박 교수는 “일본 보수우익의 식민 통치관이 있는데 ‘식민 통치는 조선 근대화에 기여했다’ ‘일본이 하지 않았다면 러시아나 청나라가 침략했을 것이다’ 등 겉으로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적지 않은 일본인이 아직도 이런 인식을 암암리에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고 썼다.

경제는 문화와 심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난 2023년은 한국과 일본 관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 해로, 후일 역사에 분명히 기록되지 않을까 한다.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 3849달러고 한국은 3만 5563달러였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21위, 일본은 22위였다. “1인당 GDP에서 한국이 처음 일본을 역전했다”고 당시 국내 언론들도 대서특필한 내용이다. 물론 전체 인구와 국토 규모를 따지면 일본 경제가 훨씬 크지만(중국을 보면 안다) 그래도 국가의 경제 수준을 살필 때 1인당 GDP는 핵심 지표다.

한일 간의 1인당 GDP 역전을 보도한 2024년 일본 언론. 온라인 갈무리


한일 간의 수준은 2024년 더 벌어졌다. 기관 통계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은 3만 6024달러, 일본은 3만 2859달러였다. 이는 35년 전인 1990년 일본이 약 2만 7000달러, 한국이 약 7000달러였던 때와 상전벽해 수준이다.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데 이 ‘한일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진 1965년에는 더 큰 차이가 났었다.(세계은행에 따르면 1965년 일본이 994달러, 한국은 109달러로, 9배 차이였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일본이 한국을 30년은 앞서 있다” “한국이 더 배워야 한다”고 했으니 앞서 언급된 일본인들의 ‘착각’이 그들만의 공상은 아니었다. 물론 지금의 양국 젊은이들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흥미로운 것은 역사상으로 ‘일본이 항상 한국을 앞섰나’에 대한 궁금증이다. 학계에서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본다. 대략 16세기말 임진왜란(1592~1598)이 분기점이라고 평가한다. 그전에는 당연히 한국이 더 부유하고 선진적이었다. 한국인(한반도 거주민)들이 일본으로 줄곧 이주를 했고 문물도 넘어갔다. 영국인이 미국으로 건너간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의 무자비한 침략 전쟁인 임진왜란으로 한반도는 파괴되고, 약탈물 등으로 일본은 오히려 일본이 성장하면서 관계가 역전됐다. (흥미로운 것은 임진왜란 이후 즉 조선 후기에 왜구가 없어졌는데 이는 양국 경제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나 한다. 이제 잘 살게 된 나라가 못 사는 나라에 도둑질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순신 등 조선의 승전도 영향을 미쳤겠다.)



국내 언론에서 지난 2023년 한일 간의 소득 역전을 이야기하면서 ‘400년 만의 재역전’이라고 하는 보도가 나왔었는데 이는 이러한 역사적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근 한일 간의 관계 변화가 역사상 첫 사례는 아닌 셈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의미와 문화교류 발전 방향’ 심포지엄이 9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중이다. 최수문기자


한일 간의 관계 역사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의미와 문화교류 발전 방향 - ‘한일축제한마당’의 발전 방향 모색’이라는 심포지엄이 생각나서다.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손경식 한일축제한마당 실행위원장, 민홍철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국 특명전권대사 등이 참석했었다.

한일축제한마당은 한국과 일본이 함께 매년 양국에서 치르는 문화교류 행사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으니 역사와 전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한일축제한마당 2025 in Tokyo’ 행사가 오는 9월 26일 일본에서, ‘한일축제한마당 2025 in Seoul’ 행사는 10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라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모르는 사람은 모를 수도 있지만, 지난해 서울 행사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외교부 차관이 참석했고, 올해 도쿄 행사에 문체부 제1차관이 참석 예정으로 있으니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주최 측은 최근 행사 계속 추진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젊은이 등 시민들의 참여율이 떨어지고 후원금도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일 간의 우호 강화와 교류 활성화를 위해 이런 문화 행사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 진행된 심포지엄의 주제였다. 당연한 말이다.



문제는 심포지엄 내용에서의 아쉬움이다. 참석자의 언급이나 발표 자료에서는 앞서 말했던 한일 간의 경제 수준 역전에 대한 고려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한일이 과거에도 동등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말이다. 즉 한일축제한마당이 시작됐을 때 양국 간의 경제 수준과 문화 수준은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 (1회 행사가 열렸던 2005년 일본은 3만 7800달러, 한국은 9350달러였다.)

향후 이런 축제를 계속해 나갈 때 이와 관련된 인식 변화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 쪽에서 보면 축제 운영 수뇌부와 현재 젊은 세대의 일본에 대한 시각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한국문화 K컬처의 전세계적 확산과 함께, 일본에 대해서도 과거와 같은 그런 기대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