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에 부여되는 특별 대우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2001년 WTO 가입 이후 24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 측에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공식 요구한 후 6년 만에 나온 조치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미국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에서 “현재와 미래의 모든 WTO 협상에서 더 이상 새로운 특별 및 차등 대우를 추구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총리는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며 이번 발언은 중국이 주재한 회의에서 나왔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년간 노고의 결실”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고 적었다. WTO는 개도국에 규범 이행 유예와 무역자유화 의무 완화, 기술·재정 지원, 농업 및 식량 안보 등 일부 분야에 대한 보호조치 등 150여 개 특별 대우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집권 1기 때부터 줄기차게 요구했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수용함으로써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서기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중국 등 경제력이 갖춰진 국가들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무역 특혜를 받고 있다며 자발적 포기를 요구했다. 한국이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압박에 나선 지 3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리 총리의 이번 발표에 대해 “미국이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와 중국의 보복 조치를 놓고 세계 2대 경제 대국 간 무역 갈등이 벌어진 후에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WTO 개도국 특혜 포기는) 무역 협상에 걸림돌이 돼왔던 미국과의 쟁점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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