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한국과 인공지능(AI)·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대규모 투자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협상 과정을 이끈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리 예상보다 블랙록의 협력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AI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먼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의 접견 및 양해각서(MOU) 체결 현장 동행을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인 차 의원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블랙록은 자산 규모로 보면 한 국가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갖고 있는 곳이다. 그런 블랙록의 회장이 ‘한국을 아시아의 AI 수도로 만들겠다’, ‘전 세계의 다양한 자본을 연결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블랙록은 현재 12조 5000억 달러, 한화로 약 1경 700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핑크 회장은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 대통령과 만나 MOU 체결과 함께 최대 수십 조 원의 협력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차 의원은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AI 대전환 전략 추진을 위해 블랙록과의 협력 과정을 전면에서 이끌었다.
차 의원은 “블랙록이 정치적인 이유로 어딘가와 파트너십을 맺는 곳은 아니다”며 “핑크 회장이 한국의 AI 역량과 재생에너지 전환 기회, 그밖의 한국의 전략적 강점들을 충분히 파악하고 분석한 상태에서 강하게 시그널을 던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핑크 회장이 한국의 강한 정책적 의지를 확인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블랙록은 가까운 시일 내에 수조 원 단위의 파일럿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차 의원은 “사전 협상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옵션들에 대해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라며 “많은 파일럿 프로젝트들이 있고, 이 대통령과 핑크 회장의 결단에 따라 굉장히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퍼 스케일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이와 연계된 재생에너지 생태계에 대한 투자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구체적인 부분은 한국과 블랙록 사이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차 의원은 이 대통령이 ‘AI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조성 의지를 밝힌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블랙록이 참여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다 열어놓고 있다”며 “블랙록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블랙록 양쪽이 수평적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낼 수 있도록 구성을 해 나갈 것”이라며 “블랙록과 공동 혹은 한국이 단독으로 설계한 포트폴리오에 블랙록이라는 거대한 자산운용 회사가 서포트하는 구조”라고 했다.
블랙록의 투자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시기상으로 가장 먼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AI 데이터센터들이 구축되는 속도보다 재생에너지 인프라들이 구축되는 속도가 더 느리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제때 만들어지려면 이쪽 프로젝트가 먼저 시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TF 구성 시기에 대해서는 “빨리 해야 한다”며 이르면 연내 구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AI와 재생에너지 전환 문제가 시급하기도 하고, 세계적인 측면으로 봐도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AI 전환이 굉장히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AI 컴퓨팅에 대한 수요가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급격하게 증가할 거기 때문에 그 수요를 맞추려면 많은 작업들이 굉장히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 의원은 자신의 TF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일단 협상을 주도해 온 것은 맞지만 TF는 주무 부처 중심으로 가는 게 맞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역할은 계속 하겠지만 어떤 형식이 될지는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파격적인 양측의 협력 발표는 핑크 회장이 한국의 잠재력을 꿰뚫어 본 결과라고 했다. 차 의원은 “핑크 회장은 세계(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정보력을 들고 있는 사람”이라며 “핑크 회장과 블랙록 임원들이 4~5년 정도 미래의 시장을 읽을 수 있을 텐데, 그 과정에서 한국이 가진 전략적 로드맵과 자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위치 등을 평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주비했던 MOU 문안에는 ‘아시아·태평양의 AI 허브’라는 표현이 담겼는데 핑크 회장이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아시아의 AI 수도’라는 격상된 표현을 썼다”며 “탄탄한 자체 정보력을 바탕으로 내놓은 의지”라고 해석했다.
차 의원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영입한 의사 출신 미래학자다. 동아대 의대를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 난민학 석사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보건학 박사를 마쳤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를 지낸 석학으로, 민주당에서는 AI미래전략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그린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기후에너지 TF(팀장), AI TF 등에서 활동하며 미래 성장 전략을 그리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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