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와 엔비디아·소프트뱅크 투자를 유치한 인텔이 애플까지 주주로 끌어들이려 시도 중이다. 위기에 처한 인텔이 초미세공정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유일한 미국 기업임을 내세워 ‘미국의 반도체 공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2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이 애플과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협상은 극초기 단계로 합의에 닿지 못할 수 있으나, 앞서 엔비디아와 협력과 유사하게 유사하게 애플이 인텔에 투자하는 한편 기술 파트너십을 맺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소식에 이날 뉴욕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인텔 주가는 6.41%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은 54.4%에 이르게 됐다.
애플은 과거 인텔과 다방면에서 협력해 왔으나 최근에는 이렇다할 연이 없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맥북과 맥 프로 등에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했으나 이후 자체 설계한 ARM 기반 ‘애플 실리콘’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2019년 인텔의 모바일 모뎀 사업부를 인수해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에 자체 설계한 모뎀을 사용 중이다. 2020년대 들어서는 애플과 인텔 간 협력이 끊긴 셈이다.
애플이 자체 설계를 포기하고 다시 인텔 CPU를 사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인텔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오랜 세월 쌓아온 기술 생태계 지식재산권(IP)과 파운드리 협력 등으로 예상된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인텔 파운드리에 관한 질문에 “경쟁이 파운드리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텔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다”고 답한 바 있다.
현재 애플은 칩셋은 TSMC에서 생산하고 기기 조립은 대만과 중국, 인도 등지 폭스콘에 맡기고 있다.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도입과 미국 내 투자·생산 압박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크다. 애플은 올 8월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 밝힌 바 있다. 기존 50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가 늘었으나, 코닝에 25억 달러를 투자한 사례 외 실제 미국에 생산 기지를 확대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는 모바일 칩셋 생산 경험이 적지만 모바일AP 외 칩셋 제조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TSMC 독주 체제 장기화로 반도체 설계사들 또한 TSMC의 생산능력 한계와 가격 인상에 불만이 쌓이는 중이다. 테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애플 모뎀 칩을 수주했듯 인텔도 모바일AP 외 타 칩셋 수주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애플은 트럼프 정권이 요구하는 ‘국내 투자’를 인텔 지분 확보로 대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애플 투자 유치에 성공할 시 완연한 미 정부·금융계·빅테크 공동 소유 기업이 될 전망이다. 앞서 미 정부는 100억 달러 상당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지원금으로 인텔 지분 10%가량을 확보했다. 엔비디아는 5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를 쥐게 됐다. 오픈AI·오라클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미국 정부와 밀착 중인 일본 소프트뱅크도 20억 달러를 투입해 2% 상당을 보유하게 됐다. 인텔은 올 6월 기준 블랙록(8.4%), 뱅가드(8.3%), 스테이트스트리트(4.4%) 등 미 투자은행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었다. 이미 미 정부·기관·기업 지분율이 30%를 넘어서 사실상 ‘미국의 반도체 기업’이나 다름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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