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유출됐던 대구 달성 용연사의 대형 불화 두 점이 27년 만에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이번에 환수된 작품은 ‘영산회상도(1731)’와 ‘삼장보살도(1744)’로 모두 국가 문화유산급에 해당하는 문화재다. 두 불화는 1998년 도난돼 자취를 감췄다가 일본 소장자의 선의에 따른 기증으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5일 경기 양평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에서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스님, 불교문화연구소장 혜공스님, 용연사 주지 능도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의 첫 공개 행사를 가졌다.
가로 335㎝·세로 445㎝ 크기의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묘사한 대형 후불도(법당 중앙 불상 뒤에 거는 불화)다. 비단에 채색을 올려 완성했다. 1728년 용연사 대웅전 중창 직후 봉안됐으며 당시 제작된 다섯 점의 불화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환수를 통해 설잠스님이 그림 제작의 총 책임자인 ‘수화승’으로 참여했음이 처음 확인됐다. 통도사·직지사·미황사 등에서 활동한 화승 포근·세관·설심 등이 보조 화승으로 참여했다. 이번에 시주자로 처음 확인된 빈궁 조씨(1716~1751)는 영조의 장남 효장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양어머니다. 효장세자의 삼년상을 마친 직후에 시주됐다는 점에서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유대호 조계종 총무원 문화유산팀장은 “설잠의 화풍은 동시대 유행하던 의겸·임한 계열과 달리 독자적인 양식과 명확한 화풍의 차이를 보여준다”며 “불화의 예술적 수준과 역사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가지정 문화유산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제작된 영산회상도는 총 11점이 남아 있으며 용연사 영산회상도를 제외하고는 이미 국보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삼장보살도는 천장·지지·지장보살을 그린 가로 330㎝·세로 320㎝ 크기의 불화로 1744년 수탄스님이 제작했다. 의균 화파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천장보살의 표현에 변화를 주고 권속을 풍부하게 묘사해 완성도를 높였다. 체준스님 계열의 동화사 삼장보살도를 계승·발전시킨 사례로 수탄스님의 기량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이번 환수는 일본 소장자의 ‘선의의 기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1998년 9월 절도범이 극락전 뒷문을 뜯어내고 두 점의 불화를 절취해 도주했다. 이후 경찰 수사가 진행됐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고 그림의 행방은 묘연했다.
소장자는 부친으로부터 불화를 물려받은 뒤 도난품임을 알게 되자 올해 3월 조계종에 기증 의사를 전했다. 종단은 전문가와 함께 일본 현지를 방문해 불화를 검토한 뒤 8월 6일 국내 반입을 마치고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로 옮겼다.
다만 도난 이후 훼손 정도가 심해 복원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혜공스님은 “그림이 말려서 보관되는 과정에서 미생물 오염, 갈라짐과 주름 등이 발생했다”면서 “복원에만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그 과정에서 학술 연구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그동안 종단에서 회수한 해외 불교 문화재 중 화격이나 제작 시기, 크기 등을 고려할 때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의 문화재”라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해외 유출 불교 문화재 환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 불화 대표 화가인 약효스님의 ‘신중도(1886)’가 오랜 시간 외국에서 떠돌다 국내로 돌아왔다. 독일 경매에까지 등장했던 이 작품은 조계종과 마곡사가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아 8월 21일 국내로 환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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