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경영 취약성이 심화되면서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의 한계기업 비중은 1년 새 10%포인트 증가하며 벼랑 끝에 몰린 업계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15일 내놓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체 외감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이 17.1%에 달했다.
한계기업 비중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7%를 넘어섰다. 2023년 말 16.4%보다 0.7%포인트 비중이 확대됐다.
한계기업은 연간 영업이익이 갚아야 하는 이자에 못 미치는 상태가 3년 이상 이어진 기업을 말한다.
특히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공급과잉 이슈에 몸살을 앓고 있는 석유화학 업종이 한계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2023년 3.5%에서 2024년 14.0%로 급증했다. 1년새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셈으로 석유화학 기업의 금융 안정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한계기업으로 전락한 이후 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도 늘어나는 중이다.
한계기업 중 정상상태로 회복되는 기업의 비중이 2023년 16.3%에서 2024년 12.8%로 대폭 감소했다.
부실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 한계기업도 증가했다.
고위험 한계기업은 한계기업 중에서 매출액 증가율이 3년 연속 0 이하거나 부채비율이 3년 연속으로 동종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기업을 말한다.
고위험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5.5%에서 2024년에는 7%로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부동산과 숙박음식 업종에 한계기업이 집중됐다.
문제는 관련 기업에 자금을 대준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안정 상황 점검을 주관한 신성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경기적·구조적 업황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업종의 기업 부실 증가로 관련 익스포저가 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건설 및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 장기화, 일부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부실이 추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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