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 100명 가운데 88명은 검찰청이 폐지되더라도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는 변호사 60% 가까이가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 이후 범죄 대응력은 물론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달 12일부터 1주일간 회원 23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6%(1064명)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을 모두 부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완수사요구권만 줘야 한다’에는 32.1%(765명)가 찬성 의사를 나타냈으며 응답자 10명 가운데 1명(11.4%·272명)은 ‘보완수사요구권 및 기소 전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여 변호사 88.1%(2102명)가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이 분리되더라도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을 부여하는 등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견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허용할 경우 이를 통제할 방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4.6%가 ‘법원의 통제’를 꼽았다. 응답자 3명 가운데 1명(37.0%)은 ‘보완수사권을 무제한 허용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국가수사위원회 통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0.9%(473명)에 그쳤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8.0%인 1382명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대 이유로는 △범죄에 대한 대응력 약화(26.4%·1019명) △경찰 또는 신설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 우려(26.1%·1009명) △수사·기소 본질적 분리 불가능(24.3%·940명) 등이 꼽혔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41.0%(976명)를 차지했으며 △검찰권 집중 폐해와 권력 남용 차단(36.2%·841명) △검찰 본래 기능 회복(23.4%·543명) △형사 사법 체계 전반의 신뢰 회복(18.7%·434명) 등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변협 측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찬성하는 응답자 상당수가 사법경찰관에게 완전한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보다 제도적 통제가 필요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라며 “변호사들이 일선에서 겪은 경험이 반영된 결과로, 대다수 변호사는 수사 절차와 현실적인 효용성 측면에서 사법경찰관에 대한 견제 장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기존 시스템 내에 보완수사요구권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이른바 ‘책임 떠넘기기’식 형태로 수사 지연이 반복됐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보완 수사의 책임 소재, 기한을 명확하게 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개혁 이후 혹시 모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세부적인 보완책 마련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22.0%에 해당하는 524명만이 필요 준비 기간을 ‘1년 이상’으로 답했고 응답자 2명 가운데 1명(52.4%·1247명)은 법안 시행에 필요한 준비 기간으로 ‘2년 이상’을 꼽았다. 정부·여당이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법조 3륜의 한 축인 변호사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을 신설할 경우 최소 수백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도 검찰 개혁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추가적 비용으로 분류된다. ‘검찰청’이라는 명칭이 사라질 경우 도로·사무실 표지판은 물론 교과서와 공무원 시험 교재, 법학 교재, 주요 포털 지도 서비스 등까지 공공·민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또한 수사와 기소를 나누는 등 관련 시스템 개편 작업에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문화재청을 국가유산청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간판 교체에만 50억 원이 소요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개별 망 구축에 100억 원을 들였던 전례를 고려하면 본청과 6개 지역청을 동시에 설립해야 하는 중수청은 최소 6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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