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제 나이보다 미리 받는 ‘조기 노령연금’을 선택하는 고령층이 1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입 기간 평균 소득이 4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도 26만여 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조기 노령연금은 생애 연금액을 최대 30%까지 깎는다는 점에서 ‘손해연금’으로도 불린다. 그만큼 은퇴 후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고령층이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조기 수급자가 늘수록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훼손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는 99만 5794명으로 제도 시행 이래 가장 많았다.
2020년 말 66만 6202명이었던 조기 연금 수급자는 2021년 70만 5631명, 2022년 75만 5302명, 2023년 85만 6132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는 94만 8000명으로 처음 9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10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 노령연금은 국민연금 10년 이상 가입자가 원래 받을 수 있는 나이보다 1~5년 일찍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는 등의 이유로 연금 수령 시기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한 고령층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다만 이렇게 연금을 미리 타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받는 시점을 1년 앞당길 때마다 평생 받는 연금 지급액이 6%씩 감액되도록 제도가 설계된 탓이다. 연금을 5년 미리 탈 경우 최대 30%까지 연금이 줄어들게 된다. 은퇴 후 소득 공백에 조기 노령연금을 선택하는 고령층이 많아질수록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약해지는 문제가 따른다.
가입 기간 평균 소득이 월 4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들이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었다.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 평균 소득 구간을 살펴보면 월 200만 원 미만이 40만 357명(전체 40.2%)으로 가장 많았다. 200만~300만 원 미만은 20만 3413명(20.4%), 300만~400만 원 미만은 12만 8490명(12.9%)이었다. 특히 4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도 26만 3534명으로 전체의 26.4%나 차지했다.
특히 지난 5년(2020년~올해 6월)간 월 400만 원 이상 고소득자가 크게 늘었다. 월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이던 수급자는 22.5% 증가했고 200만~300만 원 미만은 68.2%, 300만~400만 원 미만은 35.7% 늘었다. 반면 400만 원 이상은 112.8%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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