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 2조 원 넘는 전동차를 수출하기로 한 현대로템(064350)이 아프리카에 처음으로 전동차 제조·조립 공장을 설립한다. 현지 공장 설립을 통해 모로코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는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대응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2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모로코 철도청에 최대 시속 160㎞의 2층 전동차 48편성을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현대로템이 올해 2월 모로코 철도청과 맺은 15억 4000만 달러(약 2조 2000억 원) 규모의 전동차 공급계약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번에 납품되는 전동차는 전체의 절반 정도인 7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모로코 전동차 수출이 가시화하자 벵게리르에 전동차 제조·조립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지에 공장을 세워 우선 모로코에 공급할 전동차를 생산 및 조립하고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 주변국을 공략할 전동차 수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로코는 현재 철도·항공·항구 등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모로코 교통청은 향후 수년간 철도 인프라에만 870억 디르함(약 33조 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현대로템의 전동차가 투입될 수도 카사블랑카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사업비만 53억 달러에 달한다. 현대로템은 2월 모로코 철도청과 2층 전동차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에는 이용배 사장이 리아드 메주르 모로코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나 현지 인프라 개발 협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역내외를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어 관련 시장의 성장성은 주목받고 있다. 모로코뿐 아니라 나이지리아·이집트·탄자니아 등 개별 국가들은 물론 아프라카연합(AU) 차원에서도 대륙 통합 철도망 및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로템은 2016년 튀니지 철도청으로부터 전동차 사업(2030억 원)을 수주해 아프리카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21년 탄자니아(2300억 원), 2022년 이집트(8800억 원)와도 잇따라 전동차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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