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첫 ‘부산 어워드’ 대상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에 돌아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3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경쟁 체제를 도입하면서 대상을 비롯해 감독상, 배우상 등 5개 부문을 시상했다.
26일 부산국제영화제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흘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폐막식을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을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장률 감독은 무대에 올라 “2005년쯤 10회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의 영예를 얻었다”며 “20년 후에도 이 무대에 설 것이며,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100주년이 되는 해에도 저와 박광수 감독(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도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해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적이 있는데 오늘 폐막작으로 선정돼 영광"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오무의 황혼’은 30분만 걸으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 루오무의 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3년 전에 받은 오래 전에 헤어진 남자 친구의 엽서 한 장을 들고 이곳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감독상은 ‘소녀’의 서기 감독에게 돌아갔다. 배우 출신인 서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가정 폭력에 상처를 받은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기 감독은 상처 받은 수 많은 소녀들을 향해 "용감하게 집 밖을 나서서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십시오"라고 말하며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심사위원 특별상은 ‘충충충’의 한창록 감독, 배우상은 '지우러 가는 길'의 이지원,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키타무라 타쿠미, 아야노 고, 하야시 유타가 나란히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예술공헌상은 ‘광야시대’의 류창, 투난 미술감독이 받았다.
올해 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처음으로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세계적인 거장과 배우들이 함께 하는 등 ‘역대급’ 라인업을 준비해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번 영화제를 찾은 관객이 총 17만 5889명이라고 밝혔다. 박광수 영화제 이사장은 “올해는 영화제 기간 공휴일이 없었지만 예상 밖으로 많은 호응이 있었다”며 “영화제와 커뮤니티 비프, 동네방네 비프 등 부대 상영 행사 관객을 합쳐 지난해보다 2만 명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제 기간동안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영화 328편을 상영했으며 국내외 영화인 7036명이 게스트로 초청됐다. 상영작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과 만나는 행사도 인기를 끌었다. 봉준호, 마이클 만, 매기 강 감독 등이 좋아하는 영화를 관객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인 ‘까르뜨블랑슈’ 행사가 처음 열려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관객과의 만남(GV) 행사도 총 323회 진행됐다. 오픈 토크(13회)와 야외 무대인사(19회), 마스터 클래스(5회) 등 기존 영화제 프로그램은 회차를 늘려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위축된 까닭에 내년 31회 영화제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박 이사장은 “이번 영화제 기간 대통령께서 찾아 주셨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나 여당 대표도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계의 문제를 타개해나가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에는 영화제 예산 중 20%가 국비였는데 매년 줄어서 올해는 4%까지 떨어졌다”며 “글로벌한 최대 영화제로 발전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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