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주요 창업 구성원인 글로벌 팀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 중 5~10년 안에 미국 증시를 주도할 매그니피센트7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종혁 크릿벤처스 팔로알토 지사장은 크릿벤처스가 미국 벤처투자 시장에 진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매그니피센트7이란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을 일컫는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알파벳(구글), 아마존, 테슬라, 메타, 엔비디아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 지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과를 졸업한 이 지사장은 한국에서도 JP모건, AT커니 등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쳤으며, HB인베스트먼트, 크릿벤처스 등에서 벤처투자 현장을 경험하며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입지를 다졌다.
이종혁 지사장은 "우리 크릿벤처스의 목표는 명확하다"면서 "미국 증시 매그니피센트7에 오를 만한 한인이 주요 창업 구성원으로 참여한 스타트업을 초기에 발굴해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책자금으로 해당 스타트업들에 투자함으로써 국부 증진에도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크릿벤처스는 최근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자금을 받아 결성한 375억 원 규모 글로벌콘텐츠 펀드 결성도 완료했다. 해당 자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인이 참여한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이번 펀드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규모를 늘려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지사장은 "기존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을 바라보는 몰로코나 센드버드 같은 한인 창업 스타트업들이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면서 "해당 스타트업 창업자들 다음 세대들이 해외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잇따라 창업에 나서고 있고, 언어 장벽이 해소된 상태에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함께 팀을 꾸린다면 충분히 앞선 기업들을 넘어선 수백~수천조 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한 기업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벤처캐피털(VC)인 알토스벤처스의 윤태중 파트너도 한인 창업 스타트업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인들 특유의 근성과 명석한 두뇌는 전 세계 어떤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어서다. 특히 알토스벤처스는 주요 파트너들이 한국계로 구성돼 있고, 투자 성공 사례 중 한국 스타트업들도 많은 것이 특징이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직방, 쿠팡,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것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 파트너는 한국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미국 사모펀드인 KKR과 구글 산하 VC 캐피탈G를 거쳐 2021년 알토스벤처스에 합류했다. 캐피탈G에서는 에어비앤비, 스냅챗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윤 파트너는 "한국인 창업자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고, 큰 꿈과 포부만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창업자들은 직접 미국 시장으로 나와서 부딪히며 고객과 이 시장의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면서 사업을 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파트너는 한국계 창업자가 설립한 스타트업 중 투자 사례로는 '메르카소(Mercaso)'와 '소라반(Soraban)' 등을 꼽았다. 메르카소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거래와 공급망 혁신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이다. 주로 동네 식료품 가게에서 판매할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도매업을 하고 있다. 소라반은 AI 기반 세금 및 회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이다. 윤 파트너는 "일부러 한국계 스타트업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서비스를 발견하고 투자 검토를 하다 보니 한국계 창업자인 것을 알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서 "그만큼 한인들의 미국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파트너는 향후 한인 혹은 교포가 설립한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기존 센드버드나 몰로코 등이 '맨땅에 헤딩'으로 일궈냈다면, 이제는 한류 등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면서 "앞으로 앞선 기업들보다 더욱 큰 기업들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1세대 VC인 우리벤처파트너스도 미국 팔로알토에 사무실을 두고 한인 스타트업은 물론 현지 유망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미 몰로코와 진에딧, 퀵쏘 등에 투자하며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 우리벤처파트너스는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전용 글로벌펀드 조성도 진행하고 있어, 향후 더욱 활발한 투자 활동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벤처파트너스 US에서 심사역으로 있는 유진솔 팀장은 "올해 미국 시장에만 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면서 "총 4건 이상을 투자한 건데, 앞으로 전용 펀드가 결성된다면 더욱 많은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일고 말했다.
또 유 팀장은 미국 시장에서의 한인 창업 스타트업에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VC들 중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은 곳이 여럿 있지만, 아직까지 접점을 찾는 방법을 잘 몰라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이러한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돕는다면 더욱 많은 한인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 시장에서 더욱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VC인 스파이더캐피털의 지민수 파트너는 한인 창업 스타트업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투자처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 자격으로 한인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지 파트너는 "한인 창업 스타트업도 예전과 달리 실리콘밸리 생태계에서 높은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고 현지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지 파트너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한국으로 이민을와 학창시절을 보내다 고등학교 때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브라운대학에서 뇌과학을 전공했고 이후 베인앤드컴퍼니, NGP캐피털 등을 거쳐 2018년 스파이더캐피털에 합류했다. 스파이더캐피털은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초기 투자 전문 VC다. 주로 기업간거래(B2B)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건당 투자 금액은 약 200만 달러(28억 원) 수준이다. 다수의 투자자산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등에 매각하면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 파트너는 "최근 들어 한인 창업 스타트업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5년 전과 지금의 차이점은 업종의 변화"라며 "그 전에는 B2C나 개인 대상 플랫폼 사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B2B 소프트웨어 분야가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인들 중 엔비디아 등 현지 빅테크에서 일한 개발자들도 많이 있는 만큼 기술력이 중요한 B2B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한인 창업 스타트업들이 더욱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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