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를 이용해 ‘로맨스스캠’ 조직의 범죄 자금 세탁을 도운 여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장원정 판사는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A 씨는 2023년 4월 로맨스스캠 조직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약 1년간 이들의 자금 세탁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계좌로 입금된 범죄 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하고 조직원이 지정한 전자지갑으로 송금하는 ‘전달책’ 역할을 맡았다.
로맨스스캠은 타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해킹하거나 허위로 만든 뒤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접촉해 친분을 쌓은 후 돈을 편취하는 범죄다. 국내외 조직을 연결하는 총책, SNS 등으로 피해자와 연락을 주고받는 유인책, 피해 금액을 전달하는 인출책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A 씨가 가담한 조직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미국 국적의 해양지질학자를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한국으로 선물을 보낼 예정인데 운송비와 추가 인증서를 결제할 비용을 부담해달라”며 돈을 요구했다.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직원이나 우크라이나 출신 의사 등으로 행세하며 3차례에 걸쳐 약 1억 2800만 원을 편취했다. A 씨는 범죄 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해 주는 대가로 3~5%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적발된 총 인출금액 및 횟수, 적발되자 일시 수수료를 5% 올려받기도 했던 정황 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당초 로맨스스캠의 피해자로서 범행에 가담하게 돼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과 6인 중 5인의 피해자와 합의해 이들로부터 용서를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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