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작에 져 볼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성유진(25·대방건설)과 상금 1위 노승희(24·요진건설)의 불꽃 튀는 접전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강우로 경기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면서 낮 12시 38분이 돼서야 출발했던 챔피언 조의 성유진과 노승희는 4차 연장까지 치르고서야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오후 7시 16분에 끝났으니 ‘야간 골프’로 이어진 6시간 30분여 마라톤 승부. 우승자에게 쏟아진 맥주 세례의 주인공은 성유진이었다.
성유진은 28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G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노승희와 동타를 이룬 성유진은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4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아 정상에 섰다. KLPGA 투어에서 라이트(조명 시설)까지 켜고 우승자를 가려낸 것은 2016년 11월 팬텀 클래식 홍진주 우승 이후 9년 만이다. 장타가 아닌 정교함으로 승부를 보는 두 선수가 최악의 난코스 중 한 곳인 블루헤런에서 명승부를 벌였다.
2019년 데뷔한 성유진은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했다가 적응 등의 문제로 올해 국내에 유턴했다. 최근 2개 대회 연속 톱5로 상승세를 보이더니 우승까지 거머쥐며 2년 만의 통산 4승째이자 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다. 상금은 2억 7000만 원.
이번 대회에서 성유진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초 그는 왼쪽 손목 부상으로 2라운드까지 치른 뒤 기권하려 했지만 이예원과 공동 선두로 둘째 날을 마친 뒤 기권을 포기했다. 이후 테이핑을 하고 경기 내내 냉찜질을 해야 했다. 손목 통증을 안고 연장 4차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노승희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성유진은 6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8·9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분위기를 바꿨다. 12번 홀(파4)에서 10m 가까운 버디 퍼트를 넣었고 14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핀 1.4m에 붙인 뒤 또 1타를 줄여 노승희와 공동 선두가 됐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둘은 1차 연장에서 나란히 버디를, 2·3차 연장에서는 파를 적었다. 4차 연장에서는 성유진이 세 번째 샷을 핀 2m 안쪽에 떨어뜨린 뒤 버디를 낚아 파에 그친 노승희를 제쳤다. 3차 연장에서 비슷한 거리를 놓쳤지만 두 번 실수는 없었다. 우승 상금이 2억 7000만 원이고 준우승 상금은 1억 6500만 원이니 약 1억 원짜리 퍼트였던 셈이다.
경기 후 성유진은 “고향(청주) 후배인 (노)승희와 너무나 멋진 승부였다고 생각한다”며 “여자 골프가 여러 모로 어려운데 대회를 열어주시고 선수 후원도 해주시는 기업들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시즌 1승의 노승희는 준우승이 벌써 다섯 번째다.
시즌 3승의 방신실이 4타를 줄여 3위(7언더파)에 올랐고 한때 단독 선두까지 올랐던 김민별은 후반에만 3타를 잃어 4위(6언더파)에 만족해야 했다. 대상 포인트 1위 유현조는 3타를 잃고 3언더파 6위로 마감했다. ‘미국파’ 윤이나는 8타나 잃어 공동 44위(10오버파)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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