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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존 위협하는 자사주 강제소각…"신주발행 준용"

민주, 3차 상법개정안 본격 속도

신규취득 위축 땐 주주가치 손해

美·英·獨도 신주 발행 준용 적용

재계 "의무소각 땐 자금조달 악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원칙적 자기주식 소각 등 3차 상법 개정안이 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사주가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 긴급 자금 조달 수단이 됐는데 이같은 기능을 무시하고 과도한 주주환원을 강제할 경우 기업 경쟁력만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혼란이 예상되는 강제 소각보단 미국 등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신주 발행 규정을 준용하는 것이 합리적 규제라는 의견이 떠오른다.



28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은 ‘자기주식 의무소각 제도 도입안의 문제점과 대안’ 보고서를 통해 “자사주 제도의 개정이 불가피하다면 주요국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자사주 처분 시 신주 발행 제도가 준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배주주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엔 공감하더라도 강제 소각에 따른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신주 발행 제도를 준용할 경우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야 할뿐 아니라 각종 공시 의무 등을 부담해야 한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 대부분은 자사주 소각 의무가 없고 처분할 경우엔 신주 발행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자사주를 처분할 때 구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인정할 경우 주주 지분 비율에 따른 처분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원회도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보고서에서 신규 취득한 자사주는 강제 소각을 원칙으로 하되 기보유 자사주는 처분할 때 신주 발행 절차를 준용해 심사를 거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정준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 역시 자사주 처분에 대해 신주 발행 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해외 입법례를 참고하는 등 여권 내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전형민 상장협 선임연구원은 “기업 가치 증가는 차익 실현 가능성을 높이면서 주주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반면 주주가치 증가가 반드시 기업 가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상장사들이 취득한 자사주를 보유하다가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대 등으로 활용하는 일부 사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한다며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 김남근·민병덕·김현정·이강일 의원안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안 등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만 5건이 발의돼 있다. 해당 법안들은 취득 즉시 또는 최장 1년 이내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직원 보상 등을 위해 예외적으로 보유를 허용하는 경우도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등 규제가 엄격하다.

이에 재계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을 도입할 경우 유일한 경영권 안정화 장치가 사라진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금 조달 기능 약화 등 각종 부작용도 예상된다.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자금 조달 수단은 신주·사채 발행만으로 제한된다. 경제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도 없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사주 처분액이 5년 만에 최대로 늘어난 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긴급 자금 조달 수단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제 소각 후 긴급 자금 조달이 필요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 더 큰 주주이익 훼손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자사주 취득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시장 침체로 주가가 저평가됐을 땐 배당보단 자사주 취득이 효율적인 주가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는데 신규 취득을 회피하면 주주이익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기보유 자사주에 대한 의무 소각은 자산관리와 자금운용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회사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크다.

자사주 의무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더라도 기업가치 향상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오히려 과도한 주주환원을 강제할 경우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보잉사나 제너럴모터스(GM) 등은 과도한 주주환원 실패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보잉은 2013~2019년 총수익보다 많은 430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쓰면서 항공시 안전성 소홀, 설계 결함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GM 역시 2008년 구제 금융을 받고도 주주환원만 집중하다가 전기차(EV) 전환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투입하지 못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는 단순한 주주환원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중요한 재무관리 도구”라며 “의무소각은 기업가치가 아닌 단기적 주가에만 초점을 맞춘 근시안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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