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089590)의 화물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전용화물기를 도입하며 속도를 냈지만 무안공항 사태 후 수개월째 발이 묶인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화물전용기 1·2호기는 올해 2월부터 화물 운송 사업을 중단한 뒤 현재까지 약 9개월간 운항을 멈춘 상황이다. 운항 재개 시점은 특정되지 않았다.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항공기 리스 기간이 종료되는 2026~2027년을 기점으로 사업을 종료할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주항공은 여객기 하부 공간을 이용해 소량의 물품만 운항하는 벨리카고 형태로만 화물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2년 국내 LCC 중 처음으로 국제 화물 운송 면허를 취득하고 화물 운송 사업을 이어왔다. 2018년 9월부터는 제주~김포 노선을 시작으로 국내선 화물 사업에 진출했으며 2020년 10월에는 여객기 내 좌석을 활용한 화물 운송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2022년부터 화물전용기 2대를 들여오며 화물 운송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
제주항공의 화물기 사업 위기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사고 이후 제주항공은 여객기 하루 평균 가동 시간을 14시간에서 12시간 48분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화물기 운항을 중단하면서 조종사와 정비 인력을 여객기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고 이를 통해 항공기의 피로도를 낮추고 운항 여력을 여객기에 모으겠다는 방안이었다. 이렇게 되자 화물 운송 사업에 더 이상 쓸 여력이 없어지면서 화물 운송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02억 원가량의 매출을 거둔 화물 사업이 멈추면서 제주항공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의 상반기 화물 수입은 51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 수준에 그쳤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임차료·정비비까지 상승하며 상반기 전체 영업손실은 744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화물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경우 향후 확대가 전망되는 항공 화물 시장에서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185억 3000만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항공 화물 시장은 2032년 288억 8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