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도체 재고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7년 만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9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세계 D램 제조 업체의 평균 재고는 3.3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재고가 평균 3~4주였던 것을 고려해도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000660)와 마이크론의 재고는 각각 2주에 불과하고 삼성전자(005930)는 6주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D램 메모리의 평균 재고는 8주 정도”라며 “2주는 비상 상황으로 주문자 측에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해 반도체 업체들이 기존의 D램 생산라인을 HBM용으로 전환하자 범용 D램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의 서버 교체 시기가 맞물려 일반 D램 수요까지 가세했다.
공급 부족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날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 가격은 6.3달러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최신 규격인 ‘DDR5 16Gb’ 가격은 7.5달러로 집계 기관마다 다르지만 최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낸드메모리 가격까지 연일 상승세여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가격을 추가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 모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에 탑재될 HBM4에 힘을 쏟으면서 범용 메모리 생산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범용 메모리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로 삼성전자가 꼽힌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최대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레거시 메모리 가격 상승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적으로 9조 원대지만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10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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