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했다. D램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업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005930)의 독주가 예상된다. 경쟁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생산력을 바탕으로 범용 메모리 시장까지 장악하며 최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범용 메모리 재고 바닥…삼성전자, ‘초격차’ 생산능력 부각
29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세계 D램 제조사의 평균 재고는 3.3주다.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000660)와 마이크론의 재고는 각각 2주 수준으로 사실상 비상 상황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D램 메모리의 평균 재고는 8주 정도”라며 “2주는 비상 상황으로 주문자 측에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6주로 경쟁사 대비 안정적 재고 수량을 보유 중이다. 경쟁사들이 물량 부족으로 높은 가격에도 D램을 판매하지 못할 때 삼성전자는 안정적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판매 실적을 올릴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압도적인 생산능력에서 비롯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D램 웨이퍼 투입량은 분기 기준 193만 장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약 150만 장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되며, 마이크론은 120만 장 수준으로 추정된다. HBM 생산 확대를 감안해도 범용 D램 시장에 대응할 여력에서 삼성전자가 크게 앞서는 셈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공급 부족, 범용 메모리로 확산
최근 공급 부족은 인공지능(AI) 시장 급성장에 따른 HBM 수요 급증에서 시작됐다. 반도체 업체들이 기존 D램 생산라인을 HBM용으로 전환하면서 범용 D램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HBM에서 시작된 공급 부족 현상은 이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LPDDR5X, 그래픽 카드에 쓰이는 GDDR7 등 다른 고성능 메모리 제품군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급이 달리자 가격은 즉각 반응했다.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 가격은 6.3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신 규격인 ‘DDR5 16Gb’ 가격은 7.5달러로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런 상황은 생산능력이 월등한 삼성전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경쟁사들이 HBM 생산에 집중하느라 범용 메모리 시장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사이, 삼성전자는 막대한 생산능력을 활용해 HBM과 범용 D램 수요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 HBM 전환에 따른 범용 D램 공급 감소의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누리는 구조다.
삼성전자 평택 5공장 투자 재개… 미래 먹거리 선점
삼성전자는 미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도 서두르고 있다. 반도체 불황으로 잠정 중단했던 평택 5공장(P5) 건설을 재개하고 4공장(P4) 라인 증설에도 속도를 내며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확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는 업계 최선단 공정인 1c(10나노 6세대) D램을 기반으로 한 HBM4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HBM을 넘어 서버의 메모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D램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기술 초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범용 메모리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 없다”고 전해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급은 구조적으로 제약된 반면 수요는 AI와 일반 서버 양쪽에서 늘고 있다”며 “당분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기업들의 수익성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슈퍼사이클이 2027년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이번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가장 많이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메모리 훈풍에 힘입어 올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9조 원대를 기록하고, 4분기에는 1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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