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 노사가 올해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매듭 지으며 5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달성했다. 미국의 고관세 부과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등 대내외 위기 속에서 노사 상생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아 노동조합은 30일 2025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73.1%의 찬성률로 최종 가결시켰다고 밝혔다. 조합원 2만 5812명 중 2만 1356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1만 560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5710명(26.7%)이다.
기아 노사가 이달 25일 마련한 합의안에는 2026년까지 500명의 엔지니어(생산직)를 신규 채용하고 국내 오토랜드(공장)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 거점으로 전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글로벌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의 ‘미래변화 대응을 위한 노사공동 특별선언’ 체결 등이 포함됐다.
임금과 성과 격려금과 관련해서는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350%+700만 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380만 원 △‘월드 카 어워즈’ 2년 연속 선정 기념 격려금 500만 원 △단체교섭 타결 격려금 53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조인식은 내달 1일 실시될 예정이다.
기아 노사는 2021년 임금협상부터 5년째 무파업으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기아 노조는 2000년 이후 매년 파업을 거듭하다 2011년 무파업으로 교섭을 마쳤으나 2012년부터 또다시 파업을 이어가 9년 연속 파업(2012년~2020년)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2021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5년 연속 무파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25% 미국 관세 파고와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전동화 전환 속도 둔화 등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5년 연속 무파업 타결은 의미가 있다”며 “노사가 상생과 위기 극복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005380)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둘러싼 진통 끝에 이달 17일 매듭을 지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월 기본급 10만 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450%+1580만 원, 주식 3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각종 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명절 지원금, 여름 휴가비, 연구능률향상 수당 등을 포함하는 방안과 국내 공장에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차세대 파워트레인 핵심부품 생산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정년 연장은 현재 촉탁제도(정년퇴직 후 1+1년 고용)를 유지하면서 향후 관련 법 개정에 대비해 노사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반면 부품사인 현대모비스(012330)는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는 5월 상견례 이후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잠정합의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추석 연휴를 앞둔 이날부터 내달 2일까지 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양측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모비스의 생산 전문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노사도 교착 상태에 머물면서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모비스 사측은 노조에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400%+1550만 원+주식 17주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해왔다. 노조는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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