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본격 지급됐음에도 8월 소비 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1·2차 통틀어 13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 지급 사업이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02.2(계절조정계열·2020년=100)로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6월(0.6%), 7월(2.7%) 2개월 연속 소비 증가세가 멈춘 것이다. 8월 소매판매 감소 폭은 지난해 2월(-3.5%)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우선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3.9%) 판매가 크게 줄었다. 가전제품과 통신기기 등 내구재(-1.6%)도 감소했다. 업태별로는 대형마트(-11.4%), 슈퍼마켓·잡화점(-4.8%), 편의점(-2.1%)의 감소 폭이 눈에 띈다.
정부는 7월 1차 소비쿠폰 지급 개시와 으뜸 효율 가전제품 환급 사업, 신규 통신기기 출시 등에 따른 기저 효과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음식료품 판매가 줄어든 것도 집밥 대신 외식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음식점 및 주점업 생산은 7월 1.6% 증가 전환한 데 이어 8월에도 1.2% 늘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해는 5년 만에 ‘10월 추석’”이라며 “추석 대기 수요가 8월에서 9월로 넘어간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 심의관은 이어 향후 소비 전망에 대해 “9월부터 지급되는 2차 소비쿠폰도 있고 10월 추석과 관련된 소비 등을 고려하면 9월에는 증가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9월 1~20일 개인 카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하는 등 속보 지표들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는 내수 등 경기회복 모멘텀이 지속·확산될 수 있도록 재정 7조 원 추가 집행, 2차 소비쿠폰 등과 함께 코리아세일페스타·동행축제 등을 통합한 대규모 합동 할인 행사를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재명 정부의 무분별한 돈 풀기가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의 재정폭주·중독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해 “소비쿠폰을 지급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누구 좋으라고 재정을 함부로 쓰냐”고 지적했다.
한편 소비에 온기가 돌지 않으면서 생산과 투자도 주춤한 모습이다. 8월 전 산업 생산지수는 114.5로 전월과 동일했다. 설비투자는 한 달 사이 1.1% 감소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 지수 순환 변동치는 0.2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경기 국면을 가늠하게 해주는 선행 지수 순환 변동치는 0.5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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