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금융 인프라 혁신을 추진하는 두나무가 해외 기업과 손잡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험에 들어갔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 프랙스 파이낸스와 아이큐는 서클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을 담보로 하는 ‘KRWT’를 두나무의 기와체인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운영 방식은 1USDC를 넣으면 원·달러 환율(1404원)을 적용한 금액의 KRWT가 발행된다. 반대로 KRWT를 넣으면 같은 방식으로 전환된다. 현재는 고객신원확인(KYC)을 거친 일부 사용자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번 작업은 프랙스와 아이큐의 주요 경영진이 방한해 두나무를 만나면서 성사됐다. 세사르 로드리게스 아이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업비트 기와체인 측은 우리를 주요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며 “KRWT는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한국 원화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해외 프로젝트가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테스트에 나선 것은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열리기에 앞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경험을 쌓기 위함이다. 현재 국회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과 자격 등을 담은 관련 법안 6건이 계류 중이다. 정부안은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실제 법안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정부안이 나오면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권과 비금융권을 포함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사업자를 찾는 게 더 어려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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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 교환 작업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철저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합병 구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두나무는 업비트와 기와체인을 통해 거래·발행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망과 플랫폼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가 손잡으면 발행된 원화 코인이 거래소와 지갑·온라인 결제까지 연결돼 활용처가 확대된다. 두나무 입장에서는 KRWT와의 협력이 제도가 마련되기 앞서 연관 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기회인 셈이다.
시장에서도 네이버와 두나무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양 사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현실화됐을 때 해당 코인의 발행 규모가 2030년 5조 원까지 성장하며 시장점유율 5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합병법인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네이버페이에 연동해 실물 결제 활용처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해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확보한 예치금을 활용한 운용 수익 및 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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