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을 위해 서울대에 10년간 250억 원을 기부한다. 서울대는 이 기금을 활용해 내년 ‘김재철AI클래스’를 설립하고 AI 인재 육성과 산업 인프라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동원육영재단과 서울대는 김재철AI클래스 기금 협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대는 김재철AI클래스를 통해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매년 1학년 학부생 30명을 선발해 AI 산업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 선발된 학생들은 전액 장학금과 글로벌 연구 교류, 산학 협력 인턴십 등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교육 과정은 이론부터 실습까지 AI 학습의 전 과정을 고루 다룬다. 학생들은 머신러닝·딥러닝·자연어처리 등 AI 심화 교과 학습과 의료·법·인문사회 등 ‘AI+X 융합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교수진은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부·전기정보공학부·AI연구원 등 AI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포함한다. 이들은 20여 명 규모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충원될 예정이다.
김재철AI클래스는 복수전공 제도와 ‘학·석사 연계(4+1) 과정’으로 운영된다. 모든 학생들은 졸업 시 김재철AI클래스 학사를 취득할 뿐 아니라 학사 졸업 후 1년만 수업을 들으면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대는 학부와 대학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대는 기부를 통해 글로벌 AI 선도 인재 양성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실습실, 스마트 강의실 등 첨단 교육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해외 대학과의 교환학생,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인턴십과 함께 창업 인큐베이팅과 시드 펀드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 명예회장은 대한민국이 AI 분야의 주도권을 잡아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관련 인재 육성과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신념에 따라 이번에 기부를 하게 됐다. 그는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으로 8월 서울대에서 강연을 진행했는데 당시 AI 인재 육성의 절실함을 토로한 유홍림 서울대 총장의 뜻에 공감하면서 기부를 결정했다.
김 명예회장은 “위대한 잠재력을 지닌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인프라 부족으로 학문 탐구의 기회마저 상실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토대 마련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젊은 시절에는 세계의 푸른 바다에서 미래를 찾았지만 AI 시대에는 데이터의 바다에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기부가 서울대에서 AI 인재를 키우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명예회장은 그간 AI 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2019년에는 한양대에 30억 원을 기부해 ‘한양AI솔루션센터’ 설립을 추진했고 2020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544억 원을 기부하며 ‘김재철AI대학원’ 설립에 기여했다. 서울대에는 1996년 동원생활관을 건립해 당시 30억 원 상당을 기증했고 이후로도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2020년부터 자유전공학부 라이프아카데미 인재 양성기금에 7억 3500만 원을 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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