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황금 연휴를 앞두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의 수급 공백을 우려한 시장의 시각과 달리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대거 순매수했다. 코스피 지수가 '전인미답'의 35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번 주에만 4조 원 넘게 사들이면서 추석 연휴 전 이례적인 '사자세'가 나타났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전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1396억 원 순매수했다. 이는 거래소가 매매 동향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1월 4일 이후 최대 규모다. 이달 들어 단 2거래일 동안 집계된 외국인의 거래대금도 10조 원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3조 715억 원어치 팔아치우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추석 연휴 직전 약세·수급 공백 흐름 벗어나
통상 추석 연휴 전에는 기관, 외국인의 매도세가 두드러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리곤 했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코스피 수익률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하락에서 상승으로 바뀌곤 했다. 추석 전 일주일 평균 수익률은 -0.43%로 부진했으나 연휴 이후 일주일간 0.51% 올랐다. 수급 역시 기관과 외국인이 모두 연휴 전 순매도세를 보이다가 연휴 이후 순매수 전환했다.
최근 '불장' 랠리 속에서 이 같은 흐름이 완전히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휴 직전 일주일 코스피 지수의 평균 상승률은 0.46%로 집계됐다. 외국인 수급 역시 이번 주 내내 순매수세를 유지하는 등 장기 휴장을 앞두고 수급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외국인은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총 1조 3157억 원 순매수했으며, 2일에는 하루 만에 3조 1265억 원 대거 매집하면서 역대급 매수세를 보였다. 2017년 10일간의 장기 추석 연휴 직전 4거래일간 외국인이 7640억 원 순매도에 나선 것과 정반대 분위기다.
美 증시 훈풍·오픈AI 협력 호재 속 반도체주 랠리
외국인의 매매가 쏠린 종목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대장주였다. 국내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종목에 대해 전날 외국인은 각각 1조 7200억 원, 4090억 원 순매수했다. 마이크론을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의 호조가 국내 관련주 호재의 신호탄을 쐈다. 여기에 더해 전날 한국을 찾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세에 불이 붙었다. 양사가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메모리 반도체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LOI)를 체결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여전히 주가지수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에 들어가는데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5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는 등 장기 휴장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현재의 지수 신고가 랠리에 아직 개인은 동참하지 않았고 증시 대기 자금인 예탁금은 76조 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투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예탁금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더해질 경우 추가 랠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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