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주 부품 가운데 국산화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우주반도체가 꼽힌다. 우주발사체·인공위성·탐사선 등 모든 첨단 우주기술에는 고성능의 우주용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272210)은 최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초)소형 위성용 다채널 빔포밍 시스템을 위한 트랜시버 우주반도체 기술’ 과제 협약을 체결하며 우주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우주반도체가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개발하는 우주반도체는 지상과 우주 간 위성통신을 송수신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의 빔포밍(Beamforming)을 지원한다는 게 주요 특징이다. 빔포밍은 신호를 여러 방향으로 보내지 않고 특정 수신기기에 집중시키는 기술로 디지털 신호 처리를 통해 빔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안정적인 통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다채널로 제작되는 만큼 적은 수의 반도체 소자로도 원활한 통신 기능 수행이 가능하며 크기가 작은 통신위성에도 탑재될 수 있다.
우주반도체 개발을 발판으로 미국·유럽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저궤도 통신위성의 국내 개발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우주반도체 개발은 자주적인 K우주국방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한화시스템은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첨단 우주 자산을 국산화하는 데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아날로그디바이시스,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 등 소수의 반도체 기업만이 우주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8만 가지 이상의 다양한 반도체 기술 제품을 기반으로 항공·엔진제어, 레이다, 통신에 사용되는 우주용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인피니온테크놀로지는 우주항공 RF통신 반도체, 메모리 등을 공급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주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지속 가능한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관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수석연구원은 “우주반도체가 우주 산업의 핵심 부품이라고는 하나 시장 규모로만 따지면 범용 또는 인공지능(AI) 반도체보다는 아직 작은 수준”이라며 “항공용 부품으로 먼저 양산 수준에 도달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이후 우주반도체까지 상용화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국내 항공 업계에서도 우주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003490)은 현대로템(064350)과 손잡고 35톤급 추력을 내는 메탄 기반 우주발사체 엔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한항공은 메탄 엔진 시스템의 심장 역할을 하는 터보펌프 개발을 주도하기로 했다. 메탄 엔진은 기존의 케로신(등유) 기반 엔진보다 연소 효율이 높은 데다 연소 잔여물이 적어 재사용 발사체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주요 우주탐사 기업도 모두 메탄 엔진을 차세대 표준으로 채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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