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으로 미국 증시에 자사주를 상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10일 공시하자 주가는 전일 대비 3.71% 상승한 58만 7000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하게 되면 미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 대비 저평가돼 있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SK하이닉스가 약 11배 수준으로 마이크론(약 29배)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이에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핵심 쟁점을 Q&A로 정리했다.
Q. ADR 자금조달은 얼마나.
A. ADR은 미국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예탁증서다. 국내 기업이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자사주를 맡기면 미국 예탁기관이 이를 근거로 대체 증권을 발행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미국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SK하이닉스 주식 일부가 코스피가 아닌 미국 시장에서도 직접 달러로 거래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자사주는 총 3754만 주(5.2%)이며 이 중 2013만 주는 2023년 발행한 교환사채(EB) 담보로 묶여 있어 실제로 활용 가능한 자사주는 2.4% 수준이다. 그 가치만 약 10조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이미 포스코홀딩스·한국전력·LG디스플레이·KB금융지주 등이 ADR을 발행해 거래 중이다. 올해 시장 급등기에는 일부 ADR 가격이 본주 상승률을 웃도는 사례도 나타났다. 자사주 ADR은 기존 주주 지분을 희석하지 않으면서도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아울러 ADR을 발행해 미국 내에서 거래가 진행될 경우 스톡옵션의 매력도가 높아져 인재 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고 미국 내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강화도 기대된다.
Q. ADR 발행에 따른 주가 영향은.
A. ADR 발행 기대감의 핵심은 그간 구조적으로 이어져온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 제품 포트폴리오와 기업 규모가 비슷한데도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SK하이닉스가 국내 시장에만 상장돼 있어 미국 롱온리·패시브 펀드 자금의 유입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ADR 상장은 외국인투자가들이 달러로 직접 투자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나아가 세계 반도체 벤치마크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편입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미 대만 TSMC와 네덜란드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ADR 발행을 통해 해외투자가 기반을 넓히며 기업가치를 높인 바 있다. 특히 TSMC의 경우 ADR 강세가 대만 본주 주가까지 끌어올린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메리츠증권은 현 주가 기준 SK하이닉스의 내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7배로 마이크론(3.7배)보다 낮고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7.8배로 마이크론(12.6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할 경우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갭을 단숨에 좁힐 것”이라며 목표 주가 91만 원을 제시했다.
Q. ADR 발행시 단점은.
A. ADR 발행 기업은 미국 증권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는 투명한 회계 기준 확보 측면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가 급락 시 미국형 집단소송 위험이 커진다”며 “LG디스플레이는 패소했고 쿠팡은 기각됐다"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 내부 e메일·회의록·개발문서 등 민감한 자료 제출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어 반도체 기술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또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상장 시 미중 갈등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 더불어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현지 투자자들 사이에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를 짝지어 매매하는 이른바 ‘롱쇼트 전략’이 한층 활발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기업의 주가 흐름을 상대적으로 베팅하는 거래가 늘어나면 글로벌 수급 변화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Q. ADR 발행 추진에 걸림돌은.
A. 가장 큰 변수는 자사주 처분 규정을 신설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다.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자사주의 법적 성격을 ‘자본 조정 항목’으로 명확히 하고 자사주 소각 의무 도입과 보유·처분 절차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 자사주를 활용 가능한 자산이 아니라는 점을 법에 명시하면서 소각 외 예외 사유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자사주 ADR 역시 우회적 활용 방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실질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Q. 삼성전자의 ADR 발행 가능성은.
A.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ADR 발행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도체 외에도 모바일·가전 등 사업이 다각화돼 있어 ADR 발행이 주가에 미칠 효과가 제한적이고 외국인 지분율도 이미 높아 글로벌 자금 접근성 측면에서 추가 개선 여지가 적다. 여기에 150조 원에 달하는 사내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 조달 목적의 ADR 발행 필요성도 낮다. 미국 상장에 따른 규제·공시 부담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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