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회계 처리 기준을 결정하는 독립 민간기구인 한국회계기준원장 선임 절차를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원장후보추천위원회가 2순위로 추천한 원장 후보자가 1순위 후보자를 제치고 이례적으로 최종 선임되는 과정에서 외부 압력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원장 1순위 후보자로 지명됐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삼성과의 유착설은 사실무근으로 불투명한 선임 과정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 위원 등을 겸임한 글로벌 회계 전문가로 한국 회계학회장, 회계기준원 기준위원 등을 지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회계기준원 원추위는 11일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1순위 한 교수, 2순위 곽병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교수를 각각 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16일 이사회도 원안대로 추진됐으나 19일 총회에서 결과가 바뀌면서 2순위 곽 교수가 신임 원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회계기준원이 설립된 1999년 이후 원추위 결정이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회계기준원장 선임 절차에 참여했던 기관 사이에서는 금융감독원이 곽 교수가 선임될 수 있도록 적극 개입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교수가 후보자로 선임된 이후 경제개혁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 반대 논평을 내자 참여연대 출신인 이찬진 원장이 이 같은 의견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한 교수는 올해 8월 금감원 비공개 간담회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일탈 회계를 허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서를 낸 이력까지 거론되면서 삼성 옹호론자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원추위 참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 일탈 회계를 해소하려면 회계기준원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다른 생각을 가진 한 교수를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한 교수는 “삼성과의 유착설은 사실무근으로 어떠한 이해관계나 혜택도 주고받은 적이 없다”며 “삼성바이오 의견서는 독립적인 전문가로서 제출한 것으로 법원 무죄판결로 정당성이 입증됐고, 일탈 회계 역시 회계 투명성을 전제로 ‘보험 소비자 보호’라는 공익적 관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결정적인 흠결이나 결격 사유가 발생했다면 순위가 바뀔 수도 있지만 결과를 바꿀 만한 아무런 흠결이 없었다”며 “본인 추천인이 동의도 없이 외부에 유출되는 등 선거 관리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또 “가장 공정해야 할 회계기준원 인사가 불투명한 논리로 좌우됐다”며 “이 같은 사태가 한국 회계 투명성이 최하위 평가를 받게 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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