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운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시행 등으로 세계 교역 흐름이 둔화되며 전반적인 위축세를 보인 한 해였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와 홍해 사태로 인한 일시적 운임상승 효과가 종료됨에 따라 2025년 연평균 컨테이너선 운임은 전년 대비 36% 급락했다. 동시에 올해는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불확실성과 무역 단절이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시장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던 한 해였다.
내년에도 미국의 정책 변화 등 무역 단절을 초래할 새로운 지정학적 충격을 배제할 수 없고 해상 운임도 지난 2년처럼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내년 이와 같은 지정학적 갈등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2올해보다 무역 차질이 해소되고 효율적인 해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해운 공급 확대를 야기해 시황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첫째,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진전에 따라 2026년에 수에즈운하 통항이 본격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글로벌 선박 운송능력은 약 10~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컨테이너선과 원유·제품선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고속 운항을 해왔던 선박들이 향후 감속 운항으로 전환할 경우 운송능력 증가분이 일부 상쇄될 수 있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도 주요한 변수다.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유권자들의 안정화 요구, 대중국 긴장 완화를 위한 정치적 판단, 그리고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적법성 판단 결과 등에 따라 강경 기조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셋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경우 원유 및 석유제품 운반선 시장은 수송 거리 감소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단기간 내에 해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원유 수송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선종별로 시황을 살펴보면 컨테이너선 시장은 내년에 한층 더 어려운 국면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 년 간 선박 발주 증가로 인도 물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아직 선박 발주잔량이 기존 선대의 34%나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수에즈운하 통항이 정상화될 경우 전 세계 선복량이 추가로 증가해 공급 과잉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공급 과잉과 더딘 수요 회복이 맞물리며 운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유조선 시장은 올해 2분기 큰 폭의 운임상승이 있었다.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서방세계의 제재로 그림자 선대(shadow fleet) 유조선이 비효율적 하역과 장거리 수송을 수행하면서 전체 유조선 선대의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내년에는 중국의 장거리 원유 수입 증가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신조선 인도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벌크선 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이 전망된다. 특히 초대형 벌크선의 경우 브라질산 철광석 등 장거리 수송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신조선 인도량은 금년 2%, 내년에도 3%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수급균형이 유지되며 운임은 내년에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로 불리는 무역 질서가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해운시황도 전반적으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인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체들은 해운 경기 하락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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